▶ 건담의 아버지 도미노 요시유키, 2019년 건담 탄생 40주년 맞아 18m 크기 보행로봇 제작 추진
▶ 현실ㆍ완결적 세계에 성인팬 열광…프라모델, 로봇산업 등으로 확장
2015년 10월26일, 도쿄 아키히바라에서는 18m 높이의 거대 이족보행 로봇을 움직이게 하겠다는 목표 아래 이를 실행할 아이디어 공모 결과 발표회가 있었다. 이는 6층 높이의 빌딩을 걷게 하는 것과 같은 엄청난 프로젝트다. 18m는 현실성이나 실용성으로 선정된 목표가 아니다. 그저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에 등장하는 모빌슈츠 건담의 키가 18m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건담 글로벌 챌린지’이며 목표하는 해는 내후년인 2019년이다. 2019년 역시 현실성이나 실용성으로 정한 시기가 아니다. 건담 탄생 40주년이 그 해이기 때문이다.
■리얼 로봇의 효시
‘기동전사 건담’은 1979년 방송된 이래 일본 애니메이션은 물론 프라모델 산업, 로봇 공학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4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끝없이 관련 작품과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작품을 만들 당시 도미노 요시유키 감독은 ‘무적초인 점보트3’, ‘무적강인 타이탄3’를 연이어 성공시킨 뒤 좀 더 자기만의 색이 들어간 작품을 생각하고 있었다. 작가 타카치호 하루카가 로버트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에 처음 나온 강화복을 제안했고 도미노는 이를 받아들여 2.5m의 강화복형 로봇을 구상했다. 하지만 거대로봇을 원하는 스폰서는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 마징가Z와 같은 크기인 18m로 합의를 보았다.
![[SF, 미래에서 온 이야기] “건담 만드는 게 꿈” 거대 보행로봇 만드는 일본 [SF, 미래에서 온 이야기] “건담 만드는 게 꿈” 거대 보행로봇 만드는 일본](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7/08/28/l_2017083001001160800033611.jpg)
건담 탄생 30주년을 맞은 2009년 도쿄 오다이바 광장 앞에 세워진 실물 크기의 건담. 2019년에는 이 크기의 건담을 걷게 하는 ‘건담 글로벌 챌린지’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이것도 너무 커졌기 때문에 당초 계획이었던 우주 정거장을 무대로 쓸 수가 없었다. 고심하던 도미노는 물리학자 제럴드 오닐이 3년 전 제안한 원통형 스페이스 콜로니를 무대로 삼았다. 건담의 외형은 일본식 갑주(甲胄)를 모델로 했고 스타워즈의 광선검을 본뜬 빔샤벨이라는 칼도 쥐어주었다. 기획은 많이 변했지만 도미노는 최초의 구상이었던 ‘우주 15소년 표류기’의 메시지는 놓치지 않았다.
■현실적인 거대로봇 이야기
‘기동전사 건담’은 이미 클리셰화되어 더 이상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던 로봇 애니메이션의 설정들을 현실적으로 설명한 작품이다. 아이들의 놀이로만 여겨졌던 로봇 만화가 성인의 영역으로 들어선 것이다.
도미노의 해석에 의하면 아이들이 로봇에 타는 이유는, 간단히 말하면 전쟁이라서다. 콜로니와 콜로니를 오가는 드넓은 우주에서, 군사지원이나 보급은 기대하기 어렵고 어른들은 다 죽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피난민이었던 아이들이 전투에 나선다. 이들은 후에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군대에 강제 편입된다. 후반부에 등장한 ‘뉴타입’이라는, 우주에서 인간의 감각이 진화한다는 설정이 이 상황에 한층 개연성을 더한다. 우주공간에서 함포나 미사일전 대신 백병전이 벌어지는 이유는 레이더와 통신을 방해하는 ‘미노프스키 입자’가 있기 때문이다.
강화복 개념의 로봇, 미노프스키 입자, 모빌슈츠, 콜로니 주민과 지구인의 정치적 갈등, 뉴타입 등의 설정은 현재까지도 로봇 전투를 중심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에서 그만큼 아귀가 딱딱 맞는 설명을 찾아낼 수 없는 독보적인 세계관으로, 후대의 창작자들은 새 세계관을 만드느니 차라리 이 세계관에 기대어 ‘건담’ 세계를 무한히 확장하는 길을 택하게 된다.
■반전의 메시지를 담다
도미노는 작품에서 등장인물을 가차 없이 죽여 ‘몰살의 도미노’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그는 이야기가 해피엔딩일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도미노의 말에 의하면 지금 세대는 전쟁을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접할 수밖에 없는데, 창작자가 이를 아름답게만 그리면 전쟁은 패션이 되어버리고, 아이들이 지금 보는 것이 살인이라는 것을 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속편인 ‘기동전사 Z건담’에서 작가의 철학은 더욱 두드러진다. 전편의 주인공들이 아군에게 위험인물로 분류되어 감시받다가 지구에 반기를 들기도 하고, 과거의 숙적이 한 편이 되어 싸우기도 하는 등 복잡한 양상을 띤다. 결말에서는 주인공의 정신이 붕괴되어 버리기까지 한다. 그는 후속작인 ‘전설거신 이데온’에서는 우주 전체가 멸망해 적과 아군을 포함한 전원이 사망하는 극단적인 전개까지 보여준다.
■건담을 만드는 사람들
2005년 일본의 사카키바라 기계라는 농기구 부품을 만들던 중소기업에서 랜드워커라는 높이 3m 40㎝의 인간 탑승형 이족보행 로봇을 만들어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 회사는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를 불러 시승식도 했다. 개발 담당자인 미나미구모에게 로봇을 만든 사연을 묻자 지체 없이 “건담을 조종하고 싶으니까”라는 답이 돌아온다.
![[SF, 미래에서 온 이야기] “건담 만드는 게 꿈” 거대 보행로봇 만드는 일본 [SF, 미래에서 온 이야기] “건담 만드는 게 꿈” 거대 보행로봇 만드는 일본](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7/08/28/l_2017083001001160800033612.jpg)
도미노 요시유키
하지메 사카모토는 유명한 로봇 발명가로, 처음에 무술을 하는 작은 로봇에서 시작해 축구를 할 수 있는 2m의 로봇을 만들었고, 점점 로봇의 크기를 키워가고 있다. 그는 마침내 2016년, 14년에 걸쳐 4m 크기의 탑승형 이족 보행 로봇 하지메43호를 만들었다. 그의 최종 목표는 18m다. 이유는 물론, 건담을 만드는 것이 그의 일생의 꿈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세상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전형적인 말이 있다면 ‘애도 아니고 언제까지 그걸 좋아할 거냐’는 말이 아닐까.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문화를 빨아들이고 어른이 된 뒤 이를 현실화시킨다. 부디 어른들이여, 아이들이 어릴 때 즐긴 것을 일생 즐기게 하라. 그러면 그들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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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SF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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