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LA 다저스)이 포스트시즌 엔트리가 걸린 운명의 출격에서 또 다시 뼈아픈 ‘쿠어스 홈런 악몽’에 울었다.

29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2이닝 동안 로키스에 홈런 3방 포함, 6안타로 5점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류현진은 이날 등판에서 안정감있는 피칭을 보였다면 제4선발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2이닝 밖에 버티지 못하고 강판되면서 포스트시즌 엔트리 진입을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경기 전 3.47이었던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3.77까지 올라갔다.

출발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1회말 내셔널리그 타격 1위인 로키스 1번타자 찰리 블랙먼을 4구만에 3루수 저스틴 터너의 호수비 덕에 잡아낸 류현진은 D.J. 르메이휴를 8구까지 가는 승강이 끝에 역시 3루 땅볼로 처리, 일단 투아웃을 잡았으나 끝내 이닝을 무사히 넘기지 못했다. ‘류현진 킬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3번 타자 놀란 아레나도는 류현진의 8구 체인지업(시속 85마일)이 한복판으로 들어오자 놓치지 않고 받아쳐 센터펜스를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때리며 로키스의 포문을 열었다. 아레나도가 올해 류현진을 상대로 뽑아낸 3번째 홈런이었고 류현진의 올해 20번째 피홈런 이었다. 아레나도는 이날 류현진에 2타수 2안타(1홈런)를 뽑아낸 것을 포함, 올해 류현진을 상대로 9타수 8안타(타율 0.889)에 3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류현진의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타자 트레버 스토리에게 좌전안타를 내준 류현진은 5번타자 마크 레널즈에게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높은 빠른 볼(시속 92마일)을 던졌다가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 로키스 불펜에 떨어지는 투런홈런을 얻어맞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1회에 3점을 내준 류현진은 2회에도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한 모습이었다. 선두 이언 데즈먼드를 7구만에 볼넷으로 내보내 화를 자초했다. 이어 조나단 루크로이를 센터플라이로 잡아낸 뒤 투수 채드 베티스에 희생번트를 내줘 2사 2루에 몰렸고 이어 블랙먼과의 이날 두 번째 대결에서 우월 투런포를 얻어맞아 치명상을 입었다. 류현진은 블랙먼을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3연속 볼로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고 풀카운트에서 몸쪽 체인지업을 던졌으나 블랙먼은 기다렸다는 듯 완벽한 풀스윙으로 끌어당겨 라이트 파울폴 안쪽 관중석 상단에 떨어지는 투런아치를 그렸다.

현재 NL 타격랭킹 1위인 블랙먼은 이 홈런으로 올 시즌 102타점을 기록, 메이저리그 역사상 1번타자로 한 시즌 최다타점 신기록을 수립했다.

9월에 홈런을 하나도 내주지 않다가 마지막 등판에서 2이닝 만에 홈런 3방을 헌납한 류현진은 완전히 집중력을 잃었는지 르메이휴와 아레나도에 연속 중전안타를 허용해 또 추가실점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스토리를 이날 유일한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2이닝은 마치는데 성공했지만 공수교대 후 바로 대타와 교체돼 일찌감치 경기에서 물러났다. 1회 31개, 2회 37개 등 두 이닝 동안 투구 수는 68개에 달했다. 이 등판이 얼마나 중요했던 가를 생각하면 아쉽기 그지없는 결과였다.

<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