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식약 ‘살부타몰’…”기준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주장
▶ 내년 투르드프랑스 5번째 우승 등 대기록 도전 위협
부엘타 아 에스파냐 우승 크리스 프룸[AP=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개인 통산 네 번째 '투르 드 프랑스' 정상에 오르며 새로운 사이클황제로 등극한 크리스 프룸(32·영국)이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논란에 휩싸였다.
AP·AFP 통신에 따르면, 프룸은 지난 9월 스페인 일주 도로 사이클 대회인 '부엘타 아 에스파냐' 기간 중 시행한 소변검사에서 허용량 이상의 '살부타몰'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13일(현지시간) 통보받았다.
프룸은 올해 부엘타 아 에스파냐 우승자다. 7월 투르 드 프랑스에서 통산 네 번째 우승을 달성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룬 대기록이었다.
살부타몰은 천식 환자들이 사용하는 기관지 확장용 약물이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살부타몰 사용량을 밀리리터당 1천 나노그램(1천 ng/ml)으로 제한한다.
그러나 국제사이클연맹(UCI)가 지난 9월 7일 부엘타 아 에스파냐 18구간 경주 후 시행한 도핑 검사에서 프룸의 소변에서 기준치의 두 배인 2천 ng/ml의 살부타몰이 검출됐다.
프룸의 소속팀인 팀스카이는 "부엘타 아 에스파냐 마지막 주에 프룸이 극심한 천식 증상을 겪었다. 팀스카이 주치의의 조언으로 프룸은 허용량 내에서 살부타몰 사용량을 늘렸다"고 밝혔다.
프룸이 천식 때문에 약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공개된 사실이다. 프룸이 경주 중 흡입기를 사용하는 장면도 종종 포착됐다. 이를 둘러싼 정당성 논란이 자주 불거졌지만, 부정 행동으로 인정된 적은 없었다.
살부타몰은 폐활량 확장을 돕는 약이다. 지구력을 끌어 올리는 경기력 향상 약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도핑 규정에서는 제한된 양을 흡입 방식으로만 사용하도록 한다.
도로 사이클은 이제 막 '약물의 시대'에서 벗어나려는 중이었다.
투르 드 프랑스에서 7회 우승한 랜스 암스트롱(미국)은 약물 사용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충격에 휩싸였다.
1998년부터 2013년까지 16회에 걸쳐 열린 투르 드 프랑스 대회에서 12회는 약물을 사용한 선수가 우승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2013년 우승자 프룸은 이 기간 도핑에 걸리지 않은 4명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이런 프룸의 도핑 가능성이 제기되자 사이클계가 다시 충격에 빠졌다.
프룸은 영국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의 반응을 이해한다. 특히 이 스포츠의 역사를 돌아보면 그렇다"라고 말했다.
프룸은 "프로 사이클 선수로서, 10년간 나의 천식 증상을 다루면서 경주했다. 규정을 잘 알고 있으며 허용량 이상의 약물을 사용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이 스포츠에서 내가 리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UCI가 면밀히 조사하는 것이 맞다. UCI가 요구하는 정보는 모두 제공하겠다"며 향후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UCI는 현재 프룸의 도핑 검사 결과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지 않았다.
팀스카이는 "테스트 결과가 곧바로 규정 위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프룸이 허용치 이상의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P 통신은 스위스 심리학자 라파엘 파이스가 이끄는 로잔대학교 연구팀이 2015년 연구에서 집중적인 노력과 피로, 탈수 증세가 소변 속의 살부타몰 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낸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도핑 규정을 어겼다는 결론이 나오면 프룸은 부엘타 아 에스파냐 우승을 박탈당할 수 있고, 장기간 출장정지 처분도 받을 수 있다.
2007년 '지로 디탈리아' 대회에서 살부타몰 양성 반응을 보인 알레산드로 페타치가 1년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다.
프룸이 출전 정지 처분을 받으면 대기록 달성이 무산될 수 있다.
프룸이 내년 7월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한다면 대회 최다 타이인 통산 5회 우승을 이루게 된다. 암스트롱의 7회 우승이 도핑으로 모두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프룸은 내년 5월 이탈리아 일주 대회인 지로 디탈리아 출전도 확정했다.
그가 지로 디탈리아에서 우승한다면 올해 투르 드 프랑스와 부엘타 아 에스파냐를 이어 '그랜드 투어'(Grand Tour)로 불리는 세계 3대 도로사이클 대회를 연속으로 석권하는 대기록도 만들어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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