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 “세월호와 같다” 정부 책임론 제기… 여당 “재발 방지 입법 중요”
▶ “제천 2층 여성 사우나 비상구 점검하거나 빨리 유리 깨기만 했어도…”

성탄절인 지난 25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충북 제천소방서 및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헌화를 한 뒤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
12월에 잇따라 발생한 참사로 ‘안전’ 문제가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조짐이다. 지난 3일 인천 낚시배 충돌 사고로 15명이 숨진 데 이어 16일 이대목동병원에서 미숙아 신생아 4명이 집단으로 사망했다. 이어 21일에는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목숨을 잃고 36명이 부상했다.
인천 낚시배 충돌 사고나 제천 화재 참사 등은 문재인 대통령 등 정부 수뇌부가 신속히 보고받고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점에서 과거 세월호 참사 때와는 다르다. 그러나 안전 점검 부실, 초동 대응 및 구조 작업 미흡 등으로 사망자가 늘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과 일부 유족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며 문재인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반면 여당은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입법과 잘못된 관행 개혁 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2014년 4월 16일 300여명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는 그해 6월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형 악재가 됐다. 당시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논란’과 해경의 늑장 대응 및 구조 실패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이번 제천 참사에서는 문 대통령이 신속하게 지휘하고, 유족들에게 보다 가까이 접근해 위로했다는 점에서 박근혜정부와는 달랐다. 하지만 소방대의 초동 대처 실패와 구조 작업 미흡 등은 개선되지 않았다. 게다가 연말에 인명 사고 3건의 연쇄 발생으로 안전 대책이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천 화재의 경우 몇 가지 문제점 중 한두 가지만 해결됐어도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우선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가 평소 점검되고 가동됐어도 여성들의 집단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제천 화재로 사망한 29명 중 20명은 2층 여자 사우나에서 발견됐다. 3층 남자 사우나 이용객 대부분은 목숨을 건졌다. 2층 비상구는 철제 선반으로 막혀 있어서 여성들이 찾지 못했으나, 3층에선 사우나 이발사의 비상구 안내로 남성들이 모두 대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출동한 소방관들이 2층 여성 사우나 통유리를 조속히 깨기만 했어도 많은 사람들을 구조할 수 있었다. 2층에 있던 여성 상당수가 꽤 오랜 시간 생존했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셋째, 건물의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됐어도 대형 화재로 빠르게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1층 알람밸브가 폐쇄돼 9층 건물에 있던 총 356개의 스프링클러가 모두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넷째, 골목길 불법 주차 차량들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늦어진 것도 화를 키운 원인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제천 화재 현장과 장례식장을 방문해 상황 보고를 받고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유가족들의 손을 잡으면서 “황망한 일이 벌어졌다. 기운 내십시오”라고 말했다. 다수 유족들은 화재 다음 날 장례식장을 찾은 문 대통령의 위로에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일부 유족들은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이렇게 많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유가족은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정부가 달라진 것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유가족의 욕이라도 들어드리는 게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할 일’이라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 또 울먹이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대형 참사 앞에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겨우 울먹이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제천 참사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화재 현장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외에도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들이 잇따라 찾았다. 특히 성탄절인 25일 화재 현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사고 원인 및 대책을 놓고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추 대표는 “아마도 적절한 소방장비와 소방인력이 신속하게 투입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면서 “누적된 관행을 고치지 못하면 후진적인 안전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홍 대표는 건물 2층 유리창을 일찍 깨지 못하는 등 현장 대처가 미흡했다고 꼬집으면서 “세월호와 똑같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정부가 정치 보복을 하고, 정권을 잡았다고 축제하는 데 바빠 소방·재난 점검을 전혀 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에 앞서 22일 제천을 찾아 “세월호 참사를 겪은 이후에도 대한민국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국가의 가장 큰 의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야 대표가 엇갈린 진단과 해법을 내놓음에 따라 국회에서 재발 방지 입법 대책을 놓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회에는 소방차 길 터주는 법안(민주당 김영춘 의원 발의)과 소방 장비 재정 지원 법안(한국당 김성원 의원 발의) 등 소방 및 안전 관련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는 참사 원인과 대책을 놓고 정치 공방만 벌일 게 아니라 참사를 막기 위한 안전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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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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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안전 대형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조상 대대로 이어온 "요행수" 때문이다.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하면서도 자기와는 무관시 하고 내게는 피해가지 때문. 운수 타령도 한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