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 송환 조건을 써 내보이는 로힝야족 난민들[AP=연합뉴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의 합의에 따라 본국 송환을 앞둔 로힝야족 난민들이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본국 송환을 거부하고 있지만, 방글라데시군이 미얀마행을 종용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한국시간 기준) 로이터 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주말 방글라데시-미얀마 국경지대의 난민촌에서는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문 일정에 맞춰 일부 난민들이 송환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미얀마군의 잔혹행위 중단을 촉구하거나 송환을 반대한다는 글귀를 천과 옷가지 등에 적은 뒤 이 보고관에게 보이려 했다.
미얀마에서 국민 대접을 받지 못한 채 차별과 박해를 받았던 로힝야족 난민들은 안전과 시민권 보장을 본국행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 난민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면서도, 안전과 시민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로힝야족 난민들은 방글라데시 군인들이 자신들에게 본국행을 강요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일부 군인들은 로힝야족 난민들에게서 유일한 생명줄인 식량 배급 카드를 빼앗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궁둠 난민수용소의 난민을 대표하는 무사 씨는 "본국으로 돌아갈 난민 목록을 제출하라고 했다. 아직 돌아갈 준비가 안 돼 리스트를 줄 수 없다고 하자, 그들은 돌아가지 않으면 'WP 카드'를 빼앗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말했다.
'WP 카드'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로힝야족 난민들에게 식량을 배급하기 위해 배포한 카드로, 수용소에 갇혀 지내는 난민들이 식량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난민들은 매일 아침 유엔이 제공하는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난민촌에 긴 줄을 서는데, 방글라데시군이 식량 배급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마시아 버니캇 주방글라 미국 대사도 "내가 만난 난민들은 위험한 상황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았다.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곳에 가기를 꺼린다"며 "난민 송환 조건은 안전하고 수용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런 송환 강요 주장에 대해 방글라데시 정부는 자발적인 송환을 보장하기 위해 국제 구호단체를 참여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흐무드 알리 방글라데시 외무장관은 전날 현지 주재 외교관들에게 "로힝야족의 본국 송환이 자발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유엔난민기구(UNHCR)와 관련 국제기구의 개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방글라데시는 미얀마와의 난민 송환 합의가 안전하고 자발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미얀마 측 송환 과정에는 적십자가 개입할 것이며, 인도, 중국, 일본 등에도 거주지 재건사업 참여가 허용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UNHCR의 캐롤라인 글룩 난민보호관은 "UNHCR은 아직도 난민 송환 논의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난민 송환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라며 "난민 송환은 그들의 뜻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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