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자 선택은 개인 고유권리” 재천명…고법 혼인 무효 판결 뒤집어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일은 개인의 고유한 권리다. 이와 관련해 국가나 사회가 할 역할은 없다."
배우자와 종교 선택 문제에 무척 보수적인 인도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는 기념비적인 판결이 나왔다.
10일 뉴욕타임스와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인도 대법원은 지난 9일 최근 몇 년간 인도 사회에서 논란이 된 '러브 지하드(Love Jihad)' 사건과 관련해 개인의 결혼 선택권이 확고하게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러브 지하드는 무슬림 남성이 다른 종교를 믿는 여성을 개종해 성전(聖戰)에 나서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독실한 힌두 집안 출신 여성 하디야와 무슬림 사판 자한이다.
하디야는 의대를 다니던 2016년 인터넷을 통해 자한을 알게 됐다.
자한과 사랑에 빠진 하디야는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이름도 이슬람식으로 바꾼 뒤 그해 12월 결혼했다. 하디야의 원래 이름은 힌두식인 아킬라 아소칸이었다.
그러자 하디야의 아버지는 하디야가 러브 지하드에 당했다며 혼인 무효 소송을 냈다. 그는 하디야가 이슬람국가(IS)의 교묘한 전략에 넘어가 개종하게 됐다고도 주장했다.
하디야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로 개종했고 결혼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하지만 케랄라 주 고등법원은 지난해 5월 하디야가 강요 때문에 결혼했다며 결혼을 무효로 판결했다.
아울러 케랄라 주 고법은 하디야에 대한 보호관리권까지 부모에게 넘겼다. 이후 하디야는 학교에 돌아가지 못한 채 부모의 집에서 사실상 가택 연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 3월 하디야의 결혼이 유효하다는 내용만 간략하게 선언했고, 이번에 구체적인 명령 등이 담긴 판결을 추가로 내렸다.
대법원은 케랄라 주 고법의 판결이 성인 여성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찬드라추드 대법관은 별도 판결문을 통해 "사랑과 혼인관계는 개인 정체성의 핵심 범주에 속한다"며 "사회는 개인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 아무 역할이 없다"고 밝혔다.
힌두교 신자가 전체 인구의 74%나 되는 인도에서는 종교 간 결혼이 늘 민감한 문제였다. 극단주의 힌두교 신자들은 개종은 물론 다른 종교 신자와의 결혼에도 반대하며 심지어 폭력까지 휘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하디야는 집으로 돌아온 뒤 아버지에게 구타당했다고 인권보호단체 관계자들에게 털어놓았다. 힌두교로 개종하라는 압박을 받으며 고문까지 당했다고 덧붙였다.
하디야의 변호인 하리스 비란은 뉴욕타임스에 "하디야는 극우 힌두교도들의 협박을 걱정하고 있다"며 "지난 2월 법원 선서 때는 '생명의 위협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디야의 남편 자한도 이번 결혼과 관련해 여러 고초를 겪었다.
현재 인도 대테러기구인 국가수사국(NIA)은 자한을 상대로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비란은 "하디야와 자한은 결혼 후에 떨어져 살 수밖에 없었고 가족과 NIA 등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며 "대법원 판결 이후 이제 안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결이 힌두 민족주의 성향인 집권 국민당(BJP)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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