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사드 증거 인멸해 ‘가해자 없는 사건’ 전락 우려
▶ OPCW 등 국제기구 파견돼도 진상규명 차질빚을 가능성

시리아 동구타 두마에서 화학무기로 의심되는 공격을 받은 어린이들이 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시리아 정부가 반군 거점인 동구타 두마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지만 국제사회가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는 수 주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지휘하는 정부군이 반군이 주둔하던 두마 지역을 장악하면서 정보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데다 그 과정에서 정부군이 진상 은폐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우선 화학무기 감시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10일(현지시간) 시리아에 조사단을 곧 파견하겠다고 했지만 참사 현장에 들어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FT는 설명했다.
FT는 "OPCW가 만약 현장에 접근하더라도 조사결과를 내놓으려면 수 주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리아 북서부 칸 셰이쿤 마을에 화학무기가 떨어져 80명 이상이 숨졌을 때도 조사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국제사회가 이 화학무기가 사린이라고 확인하는 데 3개월이 걸렸다.
진상 조사에 정부군이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리아의 사회운동가들은 '화학무기 사태' 직후 시리아 정부가 현지 통신선을 의도적으로 잘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나중에 통신선은 다시 연결됐지만 화학무기 공격 등에 대해 말해줄 의사와 근로자와는 접촉이 어려운 상태로 알려졌다.
아마드 타라크지 시리아미국의료협회장(SAMS)은 "여기 사람들은 정부군이 곧 들이닥칠 것이라는 점을 잘 안다"며 "그들이 정부 입장에 맞서는 의견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두마 지역에서 참사가 발생하자 미국은 곧바로 시리아를 공습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번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로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과 러시아, 이란 등을 배후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러시아는 '화학무기 공격 반군 조작설'을 제기하고 있다. 오히려 반군들이 그간 정부군에 혐의를 씌우려고 독극물을 이용해 여러 차례 도발했다는 것이다.
공격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이번 공격에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정황은 속속 확인되고 있다.
해미시 드 브레턴-고든 전 영국 화생방연대장은 "이번 사태가 대규모 화학무기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그것이 염소인지 사린인지는 의문인데 내 생각에는 둘을 섞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간 시리아 정부는 염소를 무기로 사용한다는 의혹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다만, 염소나 사린은 휘발성 소재라 시간이 흐르면 사라져 버릴 우려도 제기된다고 FT는 지적했다. 조사단이 현장에 도착하더라도 수집할 증거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군이 현장을 장악한 뒤 그나마 남은 증거를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
타라크지 회장은 "반군이 철수하고 정부군이 지역 통제권을 확보하게 되면 중요한 증거가 파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령 OPCW가 두마에 사린이 사용됐다는 점을 확인하더라도 공격 주체를 밝히는 데는 또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지난해 칸 셰이쿤 마을 공습의 경우 UN이 시리아 정부를 비난하며 공군 기지를 타격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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