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반감 득세…재총선 땐 동맹·오성운동 과반의석
▶ 유로존 탈퇴 않더라도 긴축반대정책으로 정면충돌
”브렉시트 후 일격”…때마침 독·불 휘청·동유럽 반란
이탈리아에서 새 정부 구성을 둘러싼 정국 혼란 속에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나면서 유럽연합(EU)의 통합이 또 한 번 도전받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3월 총선 이후 최대 정당인 반체제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 간 연정 구성이 지연돼 무정부 상태가 3개월가량 이어지면서 9월 재총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탈리아의 첫 포퓰리즘 연정이 출범 초읽기에 들어갔다가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반(反) EU 성향 인사의 경제장관 지명을 거부하면서 무산된 데 따른 것이다.
두 정당 모두 '이탈리아 우선'을 앞세우며 EU에 각을 세우고 있어 연정이 출범하면 유럽연합 4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에서 이 블록들을 탈퇴할 움직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연정이 무산돼 조기총선이 실시되더라도 유럽 기득정치권에서 포퓰리즘으로 지칭하는 이들 세력이 여유 있게 집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WP는 재총선이 실시될 경우 분노한 이탈리아 국민이 오히려 더 많은 표를 이들에게 던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전날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발표한 이탈리아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오성운동은 32.6%로 지난 3월 4일 총선결과와 비슷한 세를 지켰다.
그러나 동맹의 상승세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팔랐다.
무려 25.4%를 기록, 총선 때보다 8% 포인트 정도 지지도를 늘렸다.
동맹은 지난 28일 실시된 다른 조사에서는 27.5%로 오성운동(29.5%)을 바짝 추격했다.
두 여론조사 모두 두 정당이 조기총선 후 연정을 하게 된다면 현재 상황과 달리 과반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마타렐라 대통령이 유럽과 이탈리아 헌법을 지키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지만,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재총선이 유로화와 EU에 대한 사실상의 국민투표 성격을 띨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단 오성운동이 동맹과 연정 구성을 재시도하겠다고 밝혔다는 소식이 30일 전해지면서 연정 구성 가능성이 되살아난 상태다.
그러나 연정이 성사되든, 조기총선이 실시되든 최대 지지를 얻고 있는 오성운동과 동맹의 반EU 정책은 계속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정당은 EU나 유로존 탈퇴와 같은 극단적 승부수는 종전 연정협상 과정에서도 일단 배제했으나 여전히 긴축반대, 내수진작을 통해 국가부채 감축, 빈곤층 지원, 감세 등 EU 기득정치권과 충돌할 수 있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WP는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EU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던 EU 지도자들에게 이탈리아의 정치 위기는 유럽 통합을 겨냥한 새로운 공격에 대한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일격이라고 평가했다.
이탈리아의 정국 혼란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의 보루로 여겨지는 국가들이 국내 문제로 씨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졌다.
그만큼 EU를 주도하는 국가들은 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극우정당에 타격을 입은 여파로 무려 6개월 만에 가까스로 새 정부를 구성해 리더십에 상처가 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반(反) EU 포퓰리스트 세력을 꺾고 당선됐지만, 현재 노동정책에서 유권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내달 1일 하원이 집권당인 중도우파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불신임안을 표결한다.
동유럽에서는 설상가상으로 '반란'이 한창이다.
헝가리에서는 EU의 난민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지난달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하며 입지를 강화했다.
오르반 정부는 난민이 체류자격을 얻도록 도와주는 개인이나 단체 관계자를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법안을 전날 의회에 제출, 유럽 기득정치권의 기조에 또다시 정면으로 저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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