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 주민들의 실업수당(unemployment insurance) 등을 책임지는 가주고용개발국(EDD)이 장애나 출산, 유급 가족휴가 등과 관련해 격주로 신청자에게 보내는 서류 상에 관행적으로 신청자의 소셜번호 전체를 기재해 우편물 도난이나 분실시 개인 ID 도용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3년여 전 이미 언론과 의회를 중심으로 비슷한 지적이 제기돼 제도 개선을 약속한 EDD가 이번에는 오히려 잘못된 절차가 아니라고 입장을 바꾸면서 주민들의 속을 끓게 하고 있다.

CBS 방송은 소속 여기자가 출산 휴가를 떠난 사이 EDD에서 받은 서류에 소셜번호 전체가 인쇄된 것을 발견해 EDD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지난 2015년 10월 EDD는 그해 연말까지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발송되는 서류 양식 중 75%는 소셜번호의 마지막 4자리 숫자만 표기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장기적으로 서류에 표기할 수 있는 소셜번호의 대안을 마련해 낼 것이라며 온라인 등록을 하면 소셜번호가 명기된 서류를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EDD는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CBS 방송의 여기자는 온라인 등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 상에 소셜번호 전체가 그대로 명기됐다. 만약 해당 우편물을 도난 당하거나, 분실하거나, 잘못 배송됐다면 이름, 주소, 소셜번호 등 주요한 개인정보를 통째로 뺏길 위험이 있었던 셈이다.

EDD는 3년여 전 지역 언론과 의원들의 지적을 받고 꼬리를 내리는 듯 했지만 그간 어떤 시정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게 됐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입장을 바꿔 제도 개선을 이루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EDD의 로리 르비 공보관은 “장애나 출산, 유급 가족 휴가 등에 따라 격주로 발송되는 서류에서 소셜번호가 인쇄되는 것은 양식을 변경해서 보이지 않도록 조치했다”며 “그러나 수백만명의 주민들에게 발송되는 200여종의 기타 양식에서 소셜번호를 보이지 않게 조치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 보호단체와 주민들을 중심으로 ID 도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EDD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지 않냐는 입장이다. 즉, ID 도용 범죄와 관련해서 EDD가 원인을 제공한 것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걸음 나아가 르비 공보관은 “얼마나 자주 민감한 정보가 잘못 전달됐는지, 또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우편물 절도나 배송 실수, 또는 소셜번호와 관련해 우려나 이의를 제기했는지 등에 대해서 EDD는 어떤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CBS 방송의 기자 사례처럼 EDD 스스로 약속했던 온라인 등록 시 소셜번호 미기재 조치에 대해서도 고자세를 유지했다. EDD 측은 온라인 등록을 한다고 서류 상 소셜번호 인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라고 인정하며 해당 사항은 웹사이트에 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비자 보호단체들은 제리 브라운 주지사와 하비에르 베세라 주 검찰총장에게 주민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에 앞장서야 할 주정부가 오히려 본분을 잊고 시대에 역행하는 행정을 하고 있다”며 “소셜번호 전체를 기재해야만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부터 주민들에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