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직후 ‘친문’ 모임 결성… “계파 분열” 비판에 ‘연구모임’ 전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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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친문(친 문재인) 성향 의원들의 ‘부엉이 모임’이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파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차기 대표를 선출하는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 주류 세력이 후보 단일화 논의 등 결집 움직임을 보이자 비문 세력들은 “계파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행태”라며 반발했다. 이러자 부엉이 모임은 일단 해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에선 지난해 5월 문재인정부 출범 후 1년여 동안 계파 갈등이 표면화된 적이 거의 없었다. 역대 집권당 내부에서 이례적으로 계파 대립이 사라진 기간이었다. 최근 여당에서 계파 대립이 없었던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해온데다 촛불 시위를 거쳐 출범한 새 정부에서 다른 소리를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한 비문 인사 다수의 탈당 ▲박원순 서울시장·이재명 경기지사·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차기 대선주자군의 발언 수위 조절 등도 계파 대립 표면화를 막은 배경이 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뒤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당 대표를 선출하게 되자 계파 갈등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문 의원 30여명이 참여한 ‘부엉이 모임’이 부각됐다. 부엉이 모임은 전해철·박광온·권칠승·김종민·황희·홍영표 의원 등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이나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영입한 인사들로 이뤄졌다.
이 모임의 간사 역할을 해온 황희 의원은 미주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부엉이 모임은 지난 대선후보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의원들이 대선 승리 후 서로 위로와 격려를 하는 차원에서 가끔씩 만나 밥을 먹으면서 생겼다”면서 계파가 아닌 친목 모임이라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모임 명칭에 대해 “문재인정부가 어려운 처지에 놓일 때 부엉이처럼 눈 크게 뜨고 역할을 하자는 것”이라며 “부엉이가 지혜를 상징하는데다 부엉이바위를 생각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도 함께 기억하자는 의미도 있어서 여러모로 좋다는 의견들이었다”고 전했다. 황 의원은 부엉이 모임에서 당 대표 후보 단일화 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해선 “부엉이 모임에서 후보의 교통 정리도 안 될 뿐더러 할 이유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부엉이 모임에 대한 비판론이 쏟아졌다. 비문 진영의 한 의원은 “친문 세력이 당내 권력을 독차지하려고 결집하면 비문 세력도 이에 맞서 모이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내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親文) 세력이 ‘뼈문’(뼛속 깊이 친문)과 ‘진문’(眞文·진짜 친문) ‘범문’(汎文·범친문) 등으로 분화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당내 갈등으로 이어지면 우리처럼 위험해지고 망해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이해찬(7선) 의원이 조만간 당 대표 경선 출마 결심을 굳힐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문 진영의 박범계 의원은 이미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와 함께 김진표(4선)·최재성(4선)·전해철(재선) 의원 등 친문 인사들의 대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서 이들의 교통 정리 여부가 대표 경선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친문 세력들이 대표 경선에서 조직적으로 표 결집을 시도할 수 있다는 논란이 확산되자 부엉이 모임은 4일 일단 해산하되 전당대회 후에 연구모임 등으로 개편할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황희 의원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뭔가 목적이 있는 모임이 아니므로 오해를 무릅쓰고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의원들이 밥 먹는 자리였는데 그마저도 그만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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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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