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 공항서 무면허 항공사직원 여객기훔쳐… 곡예끝 추락

리처드 러셀(작은 사진)이 훔쳐 몰고 나간 여객기가 이튼빌 주택가 상공을 위태하게 날고 있는 모습. [AP]
워싱턴주의 시애틀-타코마 공항에서 조종사 면허가 없는 항공사 직원이 여객기를 훔쳐 광란의 비행을 벌이다 추락해 사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자살비행’ 사건이 발생했다.
승객이 없는 여객기라 이 직원 이외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7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대도시인 시애틀 도심에 떨어졌을 경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정신 병력이 의심되는 이 직원이 통제 구역인 조종석에 들어가 버젓이 조종간을 잡을 때까지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았을 만큼 항공 보안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고 미 언론들은 일제히 경악했다.
뉴욕타임스는 “9.11 이후 겉으로 보이는 승객 감시는 강화됐을 지 모르지만, 정작 비행기 안전에 직결된 항공 보안은 여전히 허술하다는 민낯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비판했다.
CNN 등이 전한 이번 자살비행 사건의 전말은 미스터리투성이다. 10일 오후 7시32분께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에 정비를 받기 위해 계류 중이던 76인승 터보프롭 Q400 기종 항공기 엔진이 갑자기 굉음을 뿜으며 이륙했다. 조종석에 앉은 이는 항공사 ‘호라이즌 에어’에서 지상직 직원으로 근무하던 리처드 러셀(29)로, 이 비행기는 균형을 잃은 채 지그재그로 날거나, 거꾸로 고꾸라지는 등 곡예 비행을 이어갔다.
당국은 즉각 F-15 전투기 2대를 띄어 추적에 나섰으나 러셀은 교신을 시도하는 관제탑 직원들과 1시간가량 경황없이 대화를 이어가다 결국 공항에서 40마일 떨어진 케트런섬 숲에 비행기가 추락하며 사망했다.
수사 당국은 일단 이번 사건이 테러 조직과는 무관하다며, 자살 충동을 느낀 한 개인의 일탈 행위로 잠정 결론 내렸다. 러셀은 교신 과정에서 스스로를 “지금까지 몰랐는데, (나는) 나사가 몇 개 풀린 부서진 사람”이라고 표현하면서 “나를 돌봐준 많은 사람에게 사과한다”고 말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사건이 항공사의 취약한 보안 시스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항공 보안 규정상 비행기가 이륙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두 사람이 견인 작업에 투입돼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 측은 또 러셀이 비행기에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지상 직원의 비행기 조종석 출입은 불허하는 게 원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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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신 건강이 안좋은 사람들이 사회에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된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