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최근 20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4%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응답 기업 중 7%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에 있는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이미 옮겼거나 옮길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답했다.

주중 EU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많은 유럽 기업이 무역전쟁으로 받을 수 있는 타격을 평가하고 있어 중국 밖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회원사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응답 기업 중 미국 내 생산 공장을 옮겼거나 옮기고 있다고 답한 기업의 비율도 5.2%나 됐다.

다국적 기업들은 미국에서 수입해 중국에서 조립하는 핵심 부품에 부과되는 고율 관세를 피하고자 중국 대신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으로 생산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를 늦추고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앗아갈 뿐만 아니라 교역 감소, 생산원가 상승, 중국 내 수요 감소 등의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중 EU 상공회의소는 "유럽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중국이 시장 개방을 확대하고, 국유기업 주도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혁을 단행한다면 무역 갈등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기업들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18일 20여개 기업이 무역 전쟁 여파를 우려해 대만으로 돌아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복귀를 돕기 위한 여러 행정 지원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본토에는 중소기업까지 포함해 모두 10만여개의 대만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집권 이후 본토와 날을 세우고 있는 대만 정부는 대만 유턴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고스란히 받는 분위기이다.

미국은 17일 2천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으며, 중국도 이에 맞서 전날 6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주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가 43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 응답 기업의 4분의 3은 "미국이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응답 기업의 47%는 이러한 관세 부과가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