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섬에서 남동쪽으로 가면 광대한 화산들이 눈에 들어온다.
해발 4,100여m의 마우나로아 산과 그보다 야트막한 해발 1,200여m의 킬라우에아 산이다.
특히 킬라우에아산은 세계에서 가장 활동이 왕성한 화산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있는 여러 곳의 분화구에서는 수시로 용암을 내뿜는데 그중에서도 푸우오오(Puoo) 분화구는 군계일학이다. 1983년 1월3일 첫 분화를 시작한 후 지난해까지 약 36년간 매년 쉬지 않고 용암과 화산재·가스를 분출했다.
1985년에는 3월에는 거의 23시간 동안 용암이 분수처럼 계속해서 솟구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최고 309m까지 용암이 치솟았다고 한다. 하와이주는 이 광경을 관광상품화해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이 35m 상공에서 분화구를 내려다보는 헬기 투어다. 높은 상품가치에 걸맞게 이 분화구에서 흘러나온 용암류는 주로 태평양 바다로 사라져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6월에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행로가 예전과 달랐다. 섭씨 1,000도가 넘는 뜨거운 용암이 북동쪽에 있는 파호아마을로 향한 것이다. 첫 민가 습격이었다. 다행히 마을까지 거리가 있어 주민들이 대피할 시간은 있었지만 용암의 위력은 대단했다.
순식간에 800명이 모여 사는 민가를 전소시켜버렸다. 이렇게 쉼 없이 용암을 뿜어내다 보니 분화구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초기에는 원뿔 모양이었으나 이제는 화구가 많이 붕괴하고 침식돼 양옆으로 길쭉하다.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는 초기와 같이 수백m에 이르는 ‘용암 쇼’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인간처럼 분화구도 노화하는 걸까. 미국 지질조사국의 하와이화산관측소가 최근 푸우오오에 대해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한다.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분화구 바닥이 붕괴해 지하 용암 통로가 다 망가지는 바람에 용암 활동 재개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 소식에 워싱턴포스트는 드라마틱한 화산활동 덕분에 지구 내부의 비밀을 캐려는 화산학계가 많은 가르침을 받고 성장했다며 푸우오오를 기리는 조사(弔辭)까지 실었다. 단순한 분화구가 아닌 모양이니 명복을 빌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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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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