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여인의 고독·사랑… 줄리안 모어 ‘눈부신 연기’
▶ 품격 있게 담은 수작

중년여인 글로리아가 퇴근 후 클럽에 들러 격렬하게 춤을 추면서 고독을 털어버리고 있다.
고독한 중년 여인의 텅 빈 가슴과 반복되는 일상의 권태 그리고 모처럼 찾은 사랑의 붕괴를 강렬히 탐색했던 칠레 감독 세바스티안 렐리오(각본 겸)의 2013년 작품 ‘글로리아’의 미국판 리메이크로 렐리오가 감독했다. 렐리오는 산티아고에 사는 여성으로 성 전환한 남자의 삶의 투쟁을 다룬 ‘팬태스틱 우먼’(A Fantastic Woman)으로 작년에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을 탔다.
충분히 감상적이 될 수 있는 내용을 감독은 값싼 감정을 배제한 채 고상하고 품위 있으며 다소 엄격하게 다루면서도 코믹한 분위기를 가미한 훌륭한 성인용 드라마로 만들었다. 감독과 함께 주인공 글로리아로 나오는 연기파 줄리안 모어의 변화무쌍한 연기가 이 영화의 품격을 높이면서 아울러 재미있는 것으로 만드는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미국 판은 원작을 상당히 충실히 따르고 있다.
LA에서 혼자 사는 60대 문턱에 이른 이혼녀 글로리아(모어)는 보험회사 사원. 결혼한 두 남매를 두었지만 만남은 뜸하다. 글로리아의 유일한 낙이라면 퇴근 후 자기 또래의 나이 먹은 사람들의 단골 나이트클럽에 가서 요란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 마치 고독과 무료를 몸을 흔들어 떨쳐버리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격렬하게 춤을 춘다.
어느 날 클럽에 들렀다가 자기에게 눈을 주는 남자 아놀드(존 투투로)를 만나면서 둘은 서서히 감정적으로 가까워진다. 아놀드는 1년 전에 이혼한 남자로 작은 위락공원의 주인. 둘 다 고독한 글로리아와 아놀드는 몸과 마음을 섞는 연인 사이가 되는데 이로 인해 모처럼 삶의 활력을 되찾은 글로리아는 햇볕을 맞아 활짝 피는 꽃처럼 변화한다.
그러나 뒤늦게 찾은 글로리아의 사랑은 아놀드의 줏대 없는 성격과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인해 분해되기 시작한다. 비록 이혼은 했지만 아내와 장성한 두 딸이 정신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아놀드에게 매어달려 사는 바람에 이들은 조금만 일이 생기면 아놀드에게 전화를 걸어댄다. 아놀드는 글로리아와 함께 있으면서도 툭하면 걸려오는 아내와 딸의 전화를 받으면서 무드를 깨는데 이로 인해 둘 사이에 불화가 생기지만 아놀드가 글로리아를 사랑한다고 통사정을 하면서 다시 화해무드로 접어든다.
그러나 결정적인 관계의 균열은 둘이 화해를 위한 여행으로 베가스에 가면서 일어난다. 호텔식당에서 로맨틱한 분위기에 감싸여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또 아놀드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처음에는 이를 무시하던 아놀드가 잠시 후 곧 돌아 오마며 자리를 뜬다.
영화의 모든 장면에 나오다시피 하는 모어의 희비쌍곡선이 교차하면서 만감이 광채를 발하는 연기가 눈부시다. 섬세하고 깊이가 있고 준엄하고 아름다운 경탄을 금치 못할 연기다. 그리고 투투로도 우유부단한 남자의 연기를 차분하게 잘 한다. 영화에서 인물들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음악이다. 라틴 댄스음악과 디스코와 재즈 및 길버트 오설리반이 부르는 ‘얼론 어겐’ 등 인기 팝송들이 작품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 그리고 촬영도 좋다. R등급. 일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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