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번째 전통 손바느질 회원전 기획
▶ SF총영사관 전시 자문위원 활동도

베이스티처스 회원들의 세번째 전시를 기획한 임미란 작가
색채와 조형의 아름다움을 넘어 삶의 스토리로 공감과 그리움, 사유와 성찰 등의 특별한 울림을 전해온 임미란 섬유조형 작가가 의미있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오는 5월 5일 산라몬 시청에서 개막하는 건곤감리(Beyond the distance)전 출품작 ‘귀향’은 짙은 메시지로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넋을 불러낸 작품이다. 색바랜 바늘꽂이에다 흰머리 검은머리가 뒤섞인 듯한 실을 넣어 모진 고초와 풍상을 겪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쪽진머리 모습을 연상시켰고, 집 떠날 때 어머니가 소녀 품에 채워준 ‘괴불노리개’만 벌판에 남아있는 모습을 망가진 액자 위에 매달아 시대적 아픔을 전해주었다.
임 작가는 “영화 ‘귀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면서 “3개월간 린넨을 비와 바람에 맞추고 볕에 내놓아 바래게 하고 얼룩지게 해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소녀들의 넋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섬유의 결과 질을 살려내고, 바늘땀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은 그의 작품들은 소재의 미감과 전통 손바느질의 기법, 그리고 작가의 감정을 의식적으로 표출한 현대미술 개념이 어우러져 있어 옛것의 그리움을 불러내면서 갇혀있던 수많은 감정과 사유들을 자유롭게 풀어낸다. 그것은 마치 이리저리 방황하다 제자리를 찾은 안도감(섬유가 주는 편안함)이고, 사물과 사물 사이의 공간이 간직한 느낌과 감정을 발견하며 삶의 여정을 반추해보는 시간여행이며, 무엇에 마음이 울리는지를 확인하는 문화적 동질감이기도 하다. 또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에서 인용됐던 프란츠 리스트 피아노곡 중 하나인 르말 뒤 페이(Le Mal du Pays, 전원풍경이 사람의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영문 모를 슬픔) 감정처럼 아련한 정서를 전해준다.
임 작가가 전통 조각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직장을 그만두고 5년간 육아에 몰두한 후였다. 그는 이화여대 생활미술과(산업디자인 전공)를 졸업하고 7년간 직장생활과 대학원(이대 제품디자인 전공) 공부를 병행하면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결혼 후 육아에 열중하는 동안 세상은 놀라운 속도로 변했고, 막상 재취업을 하려고 하니 자신을 받아주는 데가 없어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찾은 것이 전통 바느질이었다. 동네 문화센터의 규방공예 고급반까지 마친 후 전정원 선생에게 한국전통 침선을 사사받았다.

임 작가가 건곤감리전에 출품하는 ‘귀향’은 일본군위안부의 넋을 위로한 작품이다.
2010년 가족과 미국에 온 임 작가는 산 설고 물 설은 이곳에 자신을 맞추느라 애썼다. 2013년 손바느질 클래스를 열어달라는 한 지인의 요청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 지금은 회원 20여명이 넘는 ‘베이 스티처스(Bay Stitchers)’를 이끌고 있다. 이 회원들과 2018년 4월 심플스텝스의 ‘아티스트맘’ 전시회를 시작으로 2018년 10월에는 코리아위크 첫번째 행사로 SF총영사관에서 ‘바느질로 그리다’전에 이어 6일부터 SF한인박물관에서 세번째 전시회인 ‘오래된 미래’를 연다.
임 작가는 2013년 프리몬트 올리브 하이드 아트갤러리(Olive Hyde Art Gallery) 회원전, 2014년 SF한인박물관 전시회(SF한국일보 커뮤니티홀), 2017년 사이에 머물다전(밀스칼리지), 2018년 이스트웨스 컨버세이션 인 파이버전(리노의 시에라 아트갤러리), 이화 퀼트전(이대 박물관) 등에 참여했고, 아시안아트뮤지엄에 그의 작품 ‘Secret Window’가 소장돼 있다.
김현정 아시안아트뮤지엄 한국관 큐레이터, 린다 최 큐레이터와 함께 SF총영사관 리셉션홀 전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임 작가는 ‘픽사(Pixar)’에 근무하는 젊은 한인 디자이너들의 작품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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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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