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스트트랙’ 강행 후폭풍
▶ 문 대통령 “적폐 수사 중단 안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여야 4당이 지난달 29일 밤 국회에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한 뒤 여권은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제1야당뿐 아니라 검찰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직설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공수처법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경찰 권한을 너무 강화해 ‘공룡 경찰’을 만들 우려가 있는 반면 검찰 권한은 지나치게 약화시켰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특히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해외를 방문 중인 문 총장은 1일 대검찰청 대변인실에 전달한 입장 자료를 통해 “현재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 경찰을 겨냥해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 총장의 언급은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 부여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사의 직접 수사를 부패·공직자·선거 등 ‘중요 범죄’로 제한 등 수사권 조정 내용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기가 2~3개월밖에 남지 않은 문 총장은 총장직 사퇴의 배수진을 치고 검찰 조직의 입장 대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 총장의 입장 표명을 계기로 일선 검사장과 검사들도 수사권 조정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법조계 일부에서는 ‘검란(檢亂) 사태’ 재연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검찰 수장이 청와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신속처리 안건에 ‘항명’에 가까운 비판적 입장을 취하면서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지방의 한 검사장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심장은 공수처에, 팔다리는 경찰에 떼주고, 검찰을 허깨비로 만들면 정치 예속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이날 설명 자료를 내고 “경찰의 수사 진행 단계 및 종결 사건에 대한 촘촘한 통제 장치를 설계하고 있다”면서 경찰의 권한 남용 우려에 대해 반박했다.
청와대는 문 총장의 발언에 공식 언급을 자제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검찰 수장이 공개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 총장의 언급에 대해 “부적절하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일 여야 4당의 선거제·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집단 삭발했다.
지난달 30일 박대출 의원이 스스로 삭발한 데 이어 김태흠·윤영석·이장우·성일종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은 이날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한국당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패스트트랙에 항의하는 최고위원회의를 가진 데 이어 전국 순회 장외 집회에 돌입했다. 반면 한국당의 대여 강경 투쟁 기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은 ‘가출 정치’를 그만하고 이제 국회로 복귀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사회 원로 초청 오찬에서 “어떤 분들은 이제는 적폐 수사는 그만하고 통합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도 한다”면서도 “살아 움직이는 수사에 대해서는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이 사실이라면 아주 심각한 반헌법적인 것이어서 타협하기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농단·사법농단 청산 후 협치’를 시사한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적폐 수사를 지시하며 협치를 하지 않겠다는 말로 읽힌다”고 비판했다.
<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