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가봉 대통령의 경호를 총괄하는 경호실장은 다름 아닌 한국인이다. 주인공은 태권도인 박상철(67, 사진) 경호실장. 35년간 가봉 대통령 경호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 실장은 2015년 한국의 인기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18일 열린 ‘암퇴치 기금모금 골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박상철 실장을 만났다.
-가봉에 가게 된 이유
의정부가 고향인 박 실장은 젊은 시절 인근 미군부대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해외진출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군부대 태권도 사범을 그만 두기에는 당시 경기도 좋고 도장도 호황이었다. 그러다 다른 사업을 준비하며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경호원으로 나가 5년 정도 일하려고 생각하던 차에 1984년 한국 정부에서 가봉에 경호원을 파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인의 추천을 받아 갑자기 사우디가 아닌 가봉으로 떠나게 됐다.
-언어도 문화도 낯선 가봉에서 35년을 지낸 이유
무엇보다 가봉 사람들이 좋았다. 기존의 아프리카, 흑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는 전혀 다른 누구보다 따뜻하고 진실 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특히 가봉 대통령의 박 실장에 대한 신임이 두터웠다. 프랑스에서 독립하긴 했지만 아프리카 많은 나라들이 그러하듯 가봉도 여전히 프랑스의 실질적인 지배를 받는 상황에서 정권유지를 위해서는 믿을 만한 사람을 주변에 두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목숨이 달린 문제였다. 한국인 특유의 근면과 성실, 묵묵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한 박 실장은 더 이상 낮선 이방인이 아닌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2009년부터는 장관급에 해당하는 경호실장으로서 현재 가봉 내각 중 가장 오래 동안 대통령을 보좌한 실세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가봉의 한인사회
가봉은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보다 큰 나라지만 인구는 180만명에 불과하다. 인근 나라들에 비해 자원도 많고 정치도 안정적이어서 국민들의 생활수준도 높다. 한인사회는 행사가 열리면 모두 모일 수 있는 100명 정도로 서로 돕고 의지하며 끈끈한 동포애로 뭉쳐있다.
특히 박 실장이 한인회장을 맡아 태권도도 가르치고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주도하는 등 ‘가봉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은 다름 아닌 한국’이라는 말도 전해진다. 무엇보다 가봉을 대표하는 스포츠는 태권도다. 축구가 인기종목이기는 하지만 가봉 건국 이래 유일무이한 올림픽 메달은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박 실장의 제자가 딴 태권도 은메달이다.
-태권도 빠삐
박 실장은 ‘빠삐’로 불린다. 프랑스어로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부르는 말이다. 가봉 국민들은 물론 대통령과 장관도 ‘빠삐’라고 부른다. 단순히 경호실장이 아니라 국정을 상의하는 파트너로 자문을 구하는 인자한 할아버지라는 뜻이다.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박상철배 태권도 대회’는 가봉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전국에서 500명이 넘는 선수들이 참가하고 있다. 가봉에서는 모두가 태권도를 배운다고 할 만큼 오히려 한국보다 더 태권도를 사랑하고 태권도를 가르쳐준 ‘태권도 빠삐’를 존경한다.
박 실장은 “나도 처음에는 몰랐다. 그들과 함께 35년을 살면서 이제는 한국보다 가봉이 더 편안한 마음의 고향이 되었다”고 말한다. 박 실장은 올해로 35년간의 경호실 근무를 정리하며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그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며 이제 가족과 함께 밀린 휴가를 보내고 있다. 2명의 아들도 가봉 대통령 비서실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은퇴 후에도 가봉을 떠날 일은 없다고 한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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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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