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가 보란 듯이 깊은 슬럼프를 박차고 나왔다. 류현진(32·LA 다저스)이 ‘약속의 땅’ 뉴욕에서 완벽하게 부활했다.

류현진은 지난 14일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볼넷없이 단 2안타만 내주고 삼진 6개를 잡는 눈부신 무실점 역투를 하며 지난 4경기에서 총 19이닝동안 21실점을 내줬던 악몽의 슬럼프를 끝냈다. 하지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경쟁자인 메츠 선발 제이콥 디그롬도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는 역투를 펼치면서 0-0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시즌 13승은 불발됐고 평균자책점(ERA)을 2.45에서 2.35로 낮춰 메이저리그 선두를 지킨 것에 만족해야 했다. 다저스는 8회말 불펜이 몸 맞는 볼 2개와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대타 라자이 데이비스에 주자일소 3타점 2루타를 맞고 0-3으로 고배를 마셨다.

류현진은 비록 타선 침묵으로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슬럼프에서 탈출하며 부활했을 뿐 아니라 평균자책점도 끌어내리며 지난 한 달여 동안 크게 흔들리던 분위기를 바로 잡는데 성공했다. 최근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95로 극도의 부진한 투구를 했던 류현진은 심기일전하겠다는 의미로 머리를 회색으로 염색했고 7이닝 무실점으로 12승째를 수확한 8월11일 애리조나전 이후 34일 만에 다시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또 이날 7이닝을 던져 올해 168⅔이닝을 던지며 빅리그 데뷔시즌인 2013년(192이닝) 이후 6년 만에 다시 규정 이닝(162이닝)을 돌파했다.

류현진은 또 메츠의 홈인 시티필드에서 이날까지 총 4차례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1.00을 올리는 등 메츠를 상대로 통산 4승1패, 평균자책점 1.20이라는 극강의 모습을 이어갔다.

한 차례 등판을 건너뛰고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류현진은 이날 베테랑 캐처 러셀 마틴과 호흡을 맞췄다. 빠른 볼과 체인지업을 앞세운 류현진은 정확한 제구로 1회부터 안정감 넘치는 투구를 이어갔다. 류현진은 2회 윌슨 라모스까지 5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웠는데 라모스의 타구 때는 타구에 허리 쪽을 맞았지만 부상은 피했고 굴절된 타구를 잡은 1루수 맥스 먼시가 재빨리 1루를 찍어 타자를 잡았다.

류현진은 2회와 3회 2사 후 안타 하나씩을 맞았으나 모두 다음 타자를 잡고 이닝을 끝냈고 이후 7회까지 13명을 연속으로 잡아낸 뒤 등판을 마쳤다. 특히 메이저리그 홈런 선두(47개)를 달리는 메츠의 4번 타자 피트 알론소를 3번 모두 범타와 삼진으로 잡아내며 ‘괴물’의 부활을 알렸다. 2회 첫 대결에선 체인지업을 던져 숏 땅볼로 유도했고 4회 두 번째 대결에선 컷 패스트볼을 뿌려 1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았다. 이어 7회 마지막 대결에선 몸쪽에 정확하게 꽂히는 시속 92마일짜리 빠른 볼로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투구수도 5회까지 66개, 7회까지 90개로 안정감이 넘쳤다.

하지만 상대 선발로 나선 디그롬도 역시 사이영상 후보다운 명품 피칭(7이닝 3안타 무실점 8K)을 선보였고 결국은 류현진과 디그롬 모두 승리없이 서로 사이영상 후보임을 입증한 것으로 피칭대결을 무승부로 마쳤다.

디그롬의 평균자책점은 2.61이 돼 류현진(2.35), 마이크 소로카(2.57, 애틀란타)에 이어 NL 3위가 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