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하원 대통령탄핵 청문회에서 많은 고급공무원들이 증언을 하였다. 증인으로 나온 공직자들 중에서 특별히 나의 관심을 끈 증인은 정보기관의 고위직에 있던 피오나 힐 박사였다. 힐 박사의 증언 내용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교직생활을 했던 입장에서, 미국정부의 고위 공직자인 그의 특이한 성장과정, 교육경력, 입신에 관심이 갔다.
힐 박사는 1965년 영국 동북부에 위치한 인구 2만 6,000명의 소도시에서 광부 아버지와 조산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형편은 광산이 영구 폐쇄되고 아버지가 실직하는 바람에 더욱 심해졌다.
그는 13세 때부터 호텔식당 웨이트레스, 세차 등 이것저것 일을 해 푼돈을 벌면서 고등학교를 마쳤다. 이어 명문 옥스포드 대학에 지원을 했고, 대학에서 면접하자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면접을 위해 옥스포드 대학에 도착한 그가 당시 받았던 충격은 일생을 통해서 잊기 어려운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부유하고 교육수준 높은 상류가정 출신 학생들 틈에서, 자신의 초라한 옷차림과 노동자계층의 액센트가 너무 두드러져 보인데서 온 수치심과 당혹감 때문이었다.
힐 박사는 결국 옥스포드 진학을 포기하고 스코틀랜드에 있는 명문대학에 진학했고, 재학 중 교수의 추천으로 구소련에 교환학생으로 유학을 했다. 그 후 하버드 대학에서 러시아역사 전공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2년에 귀화해 미국시민이 된 후 부시, 오바마 정부에서 정보기관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트럼프정부가 들어서면서, 러시아전문 선임디렉터로 근무하다가 금년 7월에 사임하였다. 가난과 하층계급출신이라는 두 가지 역경을 이겨내고, 실력과 의지로 사회에서 우뚝 선 입지전적 인물들의 얘기는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늘 감동을 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지 않으며,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도 옛날얘기에 불과하다는 냉소적 분위기가 특히 한국사회에 퍼져있다. 더 나아가서 태어날 때 입에 문 수저의 등급에 따라 평생팔자가 결정된다는 ‘수저론’으로 확대되고 있다.
부의 양극화와 함께 계층이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한국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개 인의 능력에 따라, “누더기에서 돈 더미”로 가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기회의 나라 미국에서도 사태는 별로 밝지 않다.
거액의 기부금으로 자녀를 명문대학에 뒷문 입학시킨 부자들 때문에 가난한 학생들이 기회를 뺏긴 예들이 과거에도 늘 있었던 관행이라는 주장을 듣고 보면, 한국의 ‘수저론’이 아주 틀린 시각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저론과 함께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다는 체념과 패배주의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록 흙수저라는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이들 가운데에는 금은수저들에 못지않은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 숨어있다. 이들의 잠재능력을 장려해서 장차 국가의 인재로 키워야 할 것이다. 동시에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못한다는 한탄 대신 개천을 더 깊고, 넓게 파서 용이 나올 수 있는 방도를 연구해야 할 것이다.
가난한 광부의 딸이 미국의 명문대학에서 학위를 따고, 정부요직에 앉을 수 있는 현상이 결코 희귀한 예가 되지 않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국민과 정부가 합심해서 방법을 모색했으면 한다. 혹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학생들에게 학비를 전액면제 하는 제도를 실시해보면 어떨 까 하는 ‘한겨울밤의 꿈’을 가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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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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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론 한탄이나 하면서 불우한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남보다 몇배 노력해서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민족이나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