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득한 이야기 같지만 80년대 가정에 널리 보급된 VHS(Video Home System) 테입이 일으킨 반향은 컸다.
그 때까지는 영화를 보려면 극장에 가거나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VHS 출현 이후 누구나 가정에서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때 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TV에 좋아하는 프로가 나오면 녹화해 뒀다 보고 싶은 때 볼 수도 있고 그 시간에 집에 없더라도 시간대에 맞춰 프로그램만 해놓으면 녹화가 가능했다. ‘연예 산업계의 혁명’이란 소리가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VHS는 70년대 초 일본의 JVC사가 개발한 것으로 일본에는 76년, 미국에는 77년 첫선을 보였지만 일반에 널리 보급된 것은 80년대 이후다. 처음에는 VHS와 이와 비슷한 포맷의 베타맥스가 경쟁을 벌이다 VHS의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으면서 베타맥스가 백기를 들었고 VHS의 독무대로 변했다.
그러나 VHS의 전성시대는 생각보다 짧았다. 1996년 VHS보다 훨씬 작고 가벼우면서도 화질은 월등한 DVD(Digital Versatile Disc)라는 것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DVD 시장이 VHS 시장을 압도했고 마지막까지 VHS를 만들던 일본의 후나이사도 2016년 생산을 중단했다.
DVD의 화려한 시절도 오래 가지 못했다. 2000년 일본의 소니는 DVD보다 화질이 월등히 뛰어나고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담은 블루레이 디스크를 선보였다. 과거 VHS와 베타맥스가 그랬던 것처럼 도시바는 HD DVD를 출시해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고화질 디스크 경쟁은 소니의 승리로 돌아가고 블루레이의 전성시대가 계속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2003년 일본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비디오 시장을 주름잡던 블루레이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미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사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이 플레이어 주 생산회사인 삼성이 올해부터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전자제품 상가나 삼성 대리점에 가도 삼성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구할 수 없다. 미국도 시간문제라 봐야 한다.
이렇게 된 것은 블루레이 디스크 판매가 꾸준히 줄면서 플레이어를 사는 사람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그룹 발표에 따르면 2018년 미국 블루레이 디스크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10% 줄었다. 시장조사업체인 리서치 앤 마켓은 세계 블루레이 판매대수가 2017년 7,210만대에서 2023년 680만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블루레이 판매가 주는 것은 사람들이 디스크보다는 초고속 와이파이를 이용해 영상물을 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를 통한 VOD 매출은 2014년 3,972억원에서 2017년 5,902억원으로 급증했다.
닐슨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18세 이상 성인이 블루레이 등 디스크로 비디오를 보는 시간은 하루 평균 5분인데 반해 넷플릭스 등 인터넷으로 보는 시간은 4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성인 평균이 이 정도지만 디스크를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50~60대 이상 고령층이고 젊은 세대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이들이 나이를 먹는다고 취향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고 그렇다면 블루레이 등 디스크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된다.
VHS 테입의 편리함에 감탄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DVD와 블루레이를 거쳐 비디오 시장은 OTT(Over The TOP)와 VOD(Video On Demand)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테크놀로지의 변화에 나이든 세대는 따라가기만도 숨이 차다. 앞 물을 밀어내는 뒷물의 힘을 새삼 절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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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미드님, 기술의 발달과 전통을 유지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죠? 그리고 왜 교회로 빠졌죠? 새해도 왔는데 입하고 마음청소 좀 하시길... 해피 뉴이얼~ Please, be happy.
신기한것은 전통이나 사고방식은 아직도 쌍팔년도것들을 고집하는 보수들도 요런 새로운 텍크날로지로 생활이 편리해지는것은 냉큼 받아들인다는거다. 보수 꼴통들의 집합체인 개신교교회에서조차 처음엔 컴퓨터가 악마의 666 기계라는등 거부하더니 지금은 미디아 영상부터 유튜브, 컴퓨터없인 교회운영이 안된니 참 아이러니하다.
이것도 오래 가리라 장담 못한다. 나도 최근에 Oculus 를 구입했지만 VR (Vertual Reality) 의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몇년 안에 VR기기의 숫자가 2억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