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병 초기는 효과 있지만 고립 오래 가면 박탈감 키워”
▶ ‘노인차별’ 여론 비판 커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에 따라 봉쇄 완화를 시작한 유럽에서 고령층의 활동은 계속 제약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감염병 취약계층 보호와 안정적인 상황 관리를 위해서라지만 고령층의 장기간 고립이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크다.
영국 정부는 3월 23일부터 시행해온 이동금지령을 13일(현지시간) 해제하고 야외활동을 전면 허용하면서 “70세 이상 고령층은 사회적 접촉을 피해 달라”고 당부했다. 과학계가 지난 5일 요구한 ‘70세 이상 노인의 외출금지 유지’ 방안이 노인차별 논란에 휩싸이자 고령층의 감염 취약성을 강조하는 수준으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앞서 3월 중순엔 맷 행콕 보건장관이 “70세 이상 노인들을 최대 4개월간 격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프랑스에서도 장 프랑스와 델프레시 과학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상원 청문회에서 “5,000만명의 젊은층이 활동할 수 있도록 65세 이상과 만성질환자 1,800만명의 격리를 유지하는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비난을 샀다.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에선 “백신 없이는 노령자의 접촉을 가능한 한 제한해야 한다”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발언을 ‘재난’으로 규정하자는 청원에 8만5,000명이 동참했다. 청원 내용에는 “나이에 따라 이동제한령을 내리는 것은 위헌적이며 EU 조약과도 어긋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4일 봉쇄령을 완화한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는 ‘조부모 방문 지침’을 통해 함께 식사하는 것을 자제하고 한 번에 한 명의 손자만 동행할 것을 권고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장기화로 완전한 진정 국면 이전에 점점 더 많은 국가가 경제활동을 재개함에 따라 고령인구 대책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다. 요양원의 코로나19 확산 피해가 심각한 미국이나 세계 최고령국인 일본 등에서도 이 같은 논란은 가열될 조짐이다.
당장 지역별로 확산 및 진정 속도가 천차만별인 미국은 고령층 관련 대책도 중구난방이다. 조지아주는 지난달 조기 경제 정상화를 선언하면서도 노인을 비롯한 감염 취약계층의 이동은 6월 12일까지 금지했다. 반면 70세인 댄 패트릭 텍사스주지사는 “내 생존이 위협받더라도 경제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딜립 제스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박사는 “대중은 바이러스의 위협을 언급할 때마다 입원했거나 응급실 침상에 누워 있는 노인을 떠올린다”며 이를 고령층에 대한 ‘낙인찍기’라고 지적했다.
고령층 이동 제한이 바이러스 확산 초기에는 효과적이지만 경제 정상화 단계에서는 사회적ㆍ심리적 박탈감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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