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퇴근할 때마다 보게 되는 신문사 빌딩 앞 ‘평화의 소녀상’이 요즘 유난히 애처로워 보인다.
한국에서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등 각종 의혹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약 20년 전인 2002년 2월 플로리다 탬파에서 열린 정신대 심포지엄 및 사진전인 ‘위안부 2002, 숨겨진 진실’이 떠오른다. APAAF(Asian Pacific American Awareness Foundation)가 주최하고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가 협력한 행사에는 미 전역에서 1,500여명이 참석, ‘역사의 진실’에 귀 기울였다.
당시 기자도 취재를 위해 워싱턴정대위 서옥자 회장, 위안부 출신 이옥선(당시 76세) 할머니와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 부산 출신의 이 할머니가 위안부의 참상과 일제의 만행을 눈물로 증언한 후 “이런 인권유린의 비극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고 절규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 정의연 문제가 불거지며 워싱턴 정대위 등 같은 이슈를 갖고 시민활동을 해온 단체들이 덤터기를 쓸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워싱턴 정대위는 29년 전 이동우 씨 등 와싱톤한인교회 교인들이 주축이 돼 자발적으로 결성된 순수시민단체다. 2007년 레인 에반스에 이어 마이클 혼다 연방하원의원이 상정한 연방의회 위안부결의안(HR 121)통과, 메릴랜드 주의회 결의안 통과 및 페어팩스 정부청사 위안부 기림비 평화가든 조성 등 각종 사업을 진행해 미 주류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적극 알리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킨 주역이다.
이정실 현 회장은 지난 주 발표한 성명서에서 “워싱턴 정대위는 순수 민간단체로, 보수를 받는 상근자 1 명 없이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으로 지탱해 왔다. 서울에 있는 위안부 단체들과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정의를 추구하는 근본 입장은 같으나, 구체적인 사업의 목적과 진행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은 후 “이번 문제로 피해자 할머니들께 정신적인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또 순수하게 위안부 운동에 헌신해 온 미주 운동가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위안부 문제는 우리 근대사에서 가장 아픈 역사다. 나라가 지켜주지 못해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짓밟힌 여성인권문제이며 전쟁 범죄다. 현재 한국에는 많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고 17명의 할머니들만 남아 계신다.
이번 정의연 사태로 인해 그동안 위안부 할머니들이 당하셨던 인권유린의 역사를 알리면서 인권과 자유를 알린 한인단체들이 위축돼선 안된다. 한인 단체들도 이번 정의연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초심을 잃지 않고, 올곧은 길로의 마음을 다잡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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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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