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에서 매년 여름 개최돼온 초대형 축제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모두 취소됐다.

시카고 시 문화 당국은 9일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노동절(9월7일) 이전까지 잡혀있는 특별 행사들을 모두 취소한다"고 공표했다.

이들 행사에는 10만 명의 음악 팬이 운집하는 세계 최대 규모 록페스티벌 '롤라팔루자'(Lollapalooza), 지난해 100만 명 이상이 찾은 야외음식축제 '테이스트 오브 시카고'(Taste of Chicago)가 있다.

또 매년 200만 명의 관중을 불러모으는 '에어 앤드 워터 쇼'(Chicago Air and Water Show), 전통의 '시카고 재즈 페스티벌'(Chicago Jazz Festival)도 포함된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롤라팔루자를 예로 들면서 "전국에서 오는 10만 명을 시카고 도심 그랜트파크에 모아놓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면서 "일정 연기를 고려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볼 때 올여름에는 어렵다고 판단돼 내년을 기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카고 트리뷴은 "여름이 오기도 전에 시카고의 여름은 끝이 났다"며 실망감을 전했다.

시카고 시는 앞서 인디음악 축제 '피치포크(Pitchfork) 뮤직 페스티벌'(7월17일~19일 예정) 등 약 20건의 여름 행사를 취소했으나, 상징성이 큰 이들 축제에 관해서는 결정을 미뤄왔다.

'롤라팔루자 2020' 행사는 오는 7월30일부터 8월2일까지 나흘간 열릴 예정이었다. 1991년 '대안 문화 축제'를 모토로 내걸고 시작돼 2005년부터 시카고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는 연평균 170여 인기 그룹이 참여한다.

이번 결정으로 30주년 기념행사를 내년으로 미루게 된 주최 측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애초 마련한 행사 예정 기간에 시카고를 비롯한 세계 곳곳을 연결해 온라인 음악축제를 열 계획"이라며 상세 일정은 다음 달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1980년 시작된 미국 최초의 야외 음식 축제 '테이스트 오브 시카고'의 금년 행사는 오는 7월 8일부터 12일까지로 예정됐었다.

시카고 시는 올해는 '테이스트 오브 시카고 투고(To-Go)'란 이름으로 지역 레스토랑과 푸드트럭 지원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온라인 요리강좌도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는 8월 15~16일 양일간 계획돼있던 '에어 앤드 워터쇼'는 1959년 처음 시작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가장 큰 에어쇼로, 미 해군 시범 전투비행단·육군과 해군 낙하산팀·공군 시범 비행단·시카고 소방국 공중해양 구조팀·시카고 경찰 헬리콥터 팀 등이 참여한다.

시카고 재즈 페스티벌 일정은 오는 8월28일부터 9월6일까지이고, 마지막 나흘은 시카고 도심 밀레니엄파크의 프리츠커 파빌리온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페스티벌 예술 디렉터 오버트 데이비스는 "재즈 페스티벌은 공연 감상 외에도 주민들에게 일체감을 안겨주는 행사"라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시카고 시는 매년 여름철 도심 공원 밀레니엄파크에서 개최해온 '야외 영화 상영' 프로그램은 '드라이브-인 무비 나잇'으로 전환해 시내 6곳에서 나누어 진행하되, 한 곳에 차량 50대 이상이 모이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