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로 인해 느슨해진 시간을 잘 이용하려고 쌓아두었던 책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몇 장 못 나가 내가 이런 문장을 더는 읽을 수 없는 시대에 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할 일 없이 만난다. 무료하고 권태롭다.’ 라거나 ‘파도의 규칙적인 리듬. 바다도 매일 보면 지겹고 막막하고, 수평선의 답답함에 숨이 막히곤 한다.’ 같은 문장들… 책꽂이에 꽂혀 나를 기다리던 멀쩡한 문장들이 갑자기 현실성을 잃었다.
스위스 은행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부자들의 반이 이제 도시를 떠나 한가한 지역으로 이동해 가고 있다.(Forbes 7월17일 기사) 널찍해서 어딜 일부러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연친화적으로 즐길 수 있고, 사람이 적어 감염의 위험도도 현저히 줄며, 끼리끼리 모여있으니 외롭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어디나 섬 값이 뛰고, 산 값이 뛰고, 시골집 값이 뛴다고 한다. 보트 산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롱 아일랜드의 햄튼이나 플로리다의 팜 스프링은 때 아닌 부동산 붐이다. 여기에 합세해 고급 식당과 갤러리와 학교와 서비스 산업이 함께 이동한다. 빈자와 부자는 이제 지역적으로도 절대 섞일 일이 없어질 것만 같다.
몇년 전 맨해튼 부자들은 건물의 지하실을 통째로 사는데 열을 올렸었다. 맨해튼의 지반이 온통 바위여서 핵전쟁의 도피처로 정평이 났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하층을 사들여 식량을 비축하고 안전장비를 설치했다. 그런데 이제 다른 종류의 위험이 닥쳤으므로 다른 탈출구를 찾는 것이다.
하긴 작년 콜로라도의 텔루라이드에 가서 보니 이미 그들은 록키산맥의 산봉우리 하나씩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느 유명한 의상 디자이너는 공기 맑은 이곳에서 자신이 잡아먹을 올개닉 소를 따로 키우고 있다.
사실 그들을 ‘그들’이라고 분리해 생각하는 것도 맞지 않다. 세계의 부자들이 부를 쌓은 사업 대부분이 ‘그들’만이 아닌 ‘우리들’의 소비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그렇고 마이크로 소프트가 그렇고 루이뷔통이 그렇다.
자라, 페이스북, 구글도 마찬가지다. 서민들이 자선을 한 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십시일반 같은 작은 소비가 모여 ‘그들’에게 그만한 부를 안겨준 것이다. 그들은 ‘민주’에 기대어 돈을 벌면서 ‘탈민주’적으로 살고 싶어 한다. 다른 책을 집어드니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인생이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 불과한 인간들의 골목… 모든 인간은 투병 중이며,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누군가를 간호하는 일’. 이 시대를 살아남을, 살아남아야 할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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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국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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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공산주의적 사고네. 기업가가 돈을 번것이 소비자 때문이다. 그럼 망한 사업가는? 소비와 생산이 한쪽의 베품에 의존하는 일인가? 왜 노동은 개입 안시키고?
항상 이러면서 살아왔는데 어쩌면 더 좋아졌는데뭘 욕심이 과하다 먹고살만하니
이시대를사는 특히 트 의 정부 미쿡에서 사는 모든 인간은 정신병자라 생각이드는게 나만의 생각 일 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