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바르지 않게 쓰는 표현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다르다’와 ‘틀리다’의 혼용이다. 나 역시 두 개의 비슷한 그림에서 다른 부분을 찾는 ‘다른 그림 찾기’를 ‘틀린 그림 찾기’라고 오랫동안 잘못 사용하였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두 표현의 혼재가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닐지 모르지만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조차 손을 들고 ‘정답’을 외쳐야 했던 내가 자라온 사회적 분위기가 이런 표현의 혼재를 야기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십수년 전 미국에 유학을 와 가장 생소했던 과목이 ‘다양성(Diversity)’이라는 수업이었고, 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논의는 미국의 모든 분야에 걸쳐 무척 중요한 부분으로 점점 더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같다. 다양성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부분을 ‘차별’이라고 한다면,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포용적 태도는 보다 평등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위해 여러번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을지 모르겠다. 또한 우리는 서로 다른 부분들에 대해 이해하고 배우며, 때로는 그 부분들이 합쳐져 전혀 새로운 생각과 발전을 이루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융합’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나를 더욱 어렵고 불편하게 하는 것은 ‘다른 것’을 ‘틀리다’고 잘못 표현하는 것보다 ‘틀린 것’인지 ‘다른 것’인지 구분하기가 모호해지는 가치관의 혼돈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양성 혹은 다른 것에 대한 존중이라는 미명하에 다 이해되고 인정된다면 그것이 과연 이상적인 사회일까? 자녀의 가치관 형성에 부모 역할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아직 어린 나의 두 아이를 어떤 방향으로 키워야 할 지,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명확하게 가르쳐야 할 지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요즘이다. 나와 내 가족들이 변치 않는 진리에 굳건히 서서, 틀린 것을 틀리다고 인식할 수 있는 지혜와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위해 오늘도 두 손을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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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아씨는 피츠버그대에서 사회복지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17년부터 산호세 주립대에서 강사(Adjunct Faculty)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미식가 남편과 4세 아들, 돌 지난 딸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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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아 (산호세주립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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