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반면 조 바이든 당선자는 인수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정권이양의 준비기간은 얼마나 필요한지, 11월에 대선을 치르고 취임식은 왜 두 달이나 기다려야하는지 등 궁금증을 풀어보자.

◆ 대통령 취임식은 원래 3월 4일
상식적으로 내각을 구성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통신이나 교통수단이 열악했던 과거에는 개표 집계도 쉽지 않고 전국에서 워싱턴 DC에 모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대통령 취임식은 겨울을 보내고, 3월 4일로 정해졌으며 이후 150년 동안 지켜져 왔다. 그러나 1789년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취임식은 극심했던 겨울 폭풍으로 4월까지 연기되기도 했었다.

이처럼 날씨가 중요한 변수가 됐던 그 시절에는 말이나 마차를 타고 겨울철 눈길을 달려야 했던 만큼 때로는 배를 타고 오는 것이 더 빨랐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고려해볼 때 겨울한파를 피해 3월에 취임식을 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야외에서 열리는 취임식은 항상 추위가 문제였으며 취임사가 너무 길어도 문제였다.
윌리엄 헨리 해리슨 대통령은 1841년 취임식에서 모자도 쓰지 않고 코트도 입지 않고 무려 2시간 가까이 연설을 했다. 그는 결국 폐렴에 걸려 취임 한 달 만에 사망했다.

◆ 선거인단 간접선거
취임식이 늦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직접선거가 아닌 간접선거이기 때문이다. 11월 대선을 통해 각 주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고 이들이 12월에 모여 대통령을 선출한다.
올해는 12월 14일에 모여 투표한다. 선거인단 투표일은 12월 두 번째 수요일이 지난 다음의 첫 번째 월요일로 정해져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과반수 이상(306명)을 확보한 바이든 당선자가 이날 공식적으로 대통령에 선출될 예정이다.

◆ 당선에서 취임식까지
통신, 교통수단의 발전에 힘입어 연방의회는 1933년 대통령 취임식 날짜를 1월 20일로 옮겼으며 1937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취임식부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11월 대선 이후 1월 취임식까지 보통 10-11주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지난 2000년 대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공화당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고어 후보는 플로리다 개표 결과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였으며 5주가 지나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5주간의 시간을 허비하게 돼 결과적으로 2001년 9^11테러를 미리 감지하지 못한 국정실책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받게 됐다.

한편 1860년 링컨 대통령도 취임식까지 4개월을 기다려야했다. 남부의 7개 주가 연방에서 탈퇴해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남북전쟁을 막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은행이 파산하고 산업이 붕괴하고 있었지만 뉴딜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겨주며 4개월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백악관 열쇠만 물려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 등 첫 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들이 있다.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 양분된 여론, 코로나19 재확산 등 당면한 많은 과제들이 새로운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 당선부터 취임식까지가 아마 그 첫 출발이 될 것이다. 앞으로 남은 5주가 정말 중요하다.

<유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