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P, 애틀랜타 총격사건 희생자 VA 김순자 씨 소개

25일 워싱턴포스트에 소개된 고 김순자 씨. 1980년대 텍사스에서 아들을 안고 찍은 사진.
워싱턴포스트는 25일, 지난 3월 16일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총격사건 희생자 가운데 한명인 고 김순자 씨의 사연을 전면에 걸쳐 소개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였던 김순자 씨는 1980년 한 살짜리 아들과 함께 텍사스 달라스 공항에 도착했다. 그녀는 미국에 도착해 공항에서 처음으로 사먹은 핫도그가 난생 처음 먹어본 맛이었다고 종종 말했었다고 한다. 초등학생 딸과 남편은 5년이 지나서야 미국에 올 수 있었다. 다른 한인이민자와 마찬가지로 김 씨의 ‘아메리칸 드림’도 이렇게 시작됐다.
“미국은 나의 집”
중학교 때 어머니를 잃은 김 씨는 장녀로서 경찰관인 아버지를 도와 세 명의 여동생을 돌봐야 했다. 동생들의 학비를 마련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그들이 미국에 오는 것도 도와주었다.
1980년대 한국과 비교해 미국의 선진 민주주의에 감탄했던 그녀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날이 평생 가장 행복했던 기억 중의 하나였다고 했다. 그녀의 자녀는 “우리는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곤 했지만 엄마는 항상 ‘미국이 나의 집’이라고 했으며 나중에 죽으면 미국 땅에 묻히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삶은 쉽지 않았다.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웨이트리스, 관리인, 편의점 점원 등 한 번에 2~3개의 일을 해야 했었다. 그녀의 첫 직업은 텍사스의 한 군부대에서 설거지를 하는 일로 사람이 안에 들어갈 만큼 큰 냄비를 닦는 고된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차를 구입했으며 운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기뻐했다고 한다.
“전하지 못한 운동화”
김 씨는 지난 3월 초에 운동화 두 켤레를 샀다. 하나는 자신에게, 또 하나는 딸에게 줄 선물이었다. 천주교 신자였던 그녀는 부활절 미사에 가족과 함께 참석하기 위해 버지니아에 올 계획이었다. 새 운동화를 신고 딸과 함께 하이킹도 가고, 여행도 가고, 코로나19 백신접종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새 운동화를 딸에게 전해주지 못했다.
그녀가 버지니아를 떠나 조지아로 이사 간 이유는 남편(76)이 은퇴하고 그곳에 있는 가족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조지아에서 살게 된 그녀는 친척의 소개로 골드 스파에 취직해 청소, 요리, 세탁 등의 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골드 스파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했으며 그녀의 가슴에 두발의 총격이 가해졌다.
“엄마는 여전히 사랑과 긍정을 믿는다”
김 씨는 자녀와 손주들에게 전화도 자주하고 종종 손편지도 적어 보냈다. 지난 봄, 그녀가 딸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는 “사랑하는 딸에게,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일은 너희를 하나님의 자녀로 키운 것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였다. 손주들에게도 한국어로 “파이팅”이라고 말하며 격려해주었다. 십대시절에 어머니를 잃은 그녀는 자식과 손주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
빠듯한 이민생활에서도 그녀는 정기적으로 성당에 나가 노숙자와 불우이웃을 돕는 활동을 했으며 주방에서 일한 경력으로 노인이나 어린이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는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대통령 자원봉사상을 수상했다.
김 씨의 자녀는 “우리는 세상에서 악을 보게 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희망이 있고 보다 큰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엄마는 여전히 사랑과 긍정의 힘을 믿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29살에 미국에 온 그녀의 아메리칸 드림은 69살에 비극으로 끝났지만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그녀의 믿음은 유가족의 마음에 남아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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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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