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옐런 또 금리인상 군불… 긴축 작심발언 배경은
▶ 5월 CPI도 4.7% 상승 예상… 물가 압력 갈수록 커져, 고용 매달 수십만개 늘고 임금 상승률도 전망치 2배…월가 “파월, 늦여름께 인플레 인정… 테이퍼링 나설듯”
지난달 4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대규모 정부 지출이) 완만한 금리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가 한나절여 만에 예측이나 권고가 아니라며 한 발 물러섰다. 월가에서는 의도된 발언이라고 봤지만 옐런 장관은 “나만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느냐”며 적극 해명했다. 이 때문에 파장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옐런 장관이 6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이 미국에 좋다”고 한 것은 당시의 언급이 실수가 아니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오히려 작심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운용에 대한 무게중심이 긴축 쪽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당장 미국의 지난 5월 비농업 일자리는 55만 9,000개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67만 1,000개)를 밑돌았지만 쇼크에 가까웠던 4월의 충격을 딛고 고용이 안정적으로 늘고 있음이 확인됐다.
물가 상승률도 더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10일 발표 예정인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4.7% 올랐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9월 이후 최대치였던 4월 CPI(4.2%)보다 상승폭이 더 커지는 셈이다.
특히 임금이 빠르게 뛰고 있다. 5월 미국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 대비 0.5% 상승해 전망치(0.2%)를 웃돌았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지 아닌지는 임금이 결정할 것”이라며 “만약 임금 상승 속도가 가속화하면 그것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의 시작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그림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목표에서 드러난다. 현재 민주당과 백악관의 최대 관심사는 내년 중간선거다. 중산층 재건에 성공하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안을 처리해야만 한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시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당초 2조 2,500억 달러(약 2,500조 원)에 달하던 1차 인프라 투자안을 1조 7,000억 달러로 축소하고 법인세 최고 세율 인상안까지 거둘 정도로 의지가 강하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미국 경제가 폭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경기가 회복되는 와중에 재정과 통화 양쪽의 지원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로 금리에 좀비 기업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증시와 암호화폐 같은 자산 버블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집값도 심상치 않다. 3월 미국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13.2%나 폭등해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미국이 내리막길을 과속으로 뛰어가고 있다”고 봤다.
확장 재정 기조에 크게 손댈 생각이 없는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이라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고용시장 회복이 더디지만 △구인난은 공급 문제로 통화정책 여지가 적다는 점 △9월 학교 정상화 이후 고용 급증 가능성 △인프라 투자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 창출 기대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과도한 재정지출과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지적해온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경제 전반에 관한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페더레이티드헤르메스의 필 올랜도 수석 시장 전략가는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나 8월 잭슨홀 미팅에서 정책을 조정할지 궁금증이 커질 것”이라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주장을 늦여름에 철회하고 생각보다 일찍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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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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