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전협정이 체결되면서 해체된 미군첩보부대 출신 장인규 씨는 제대한 지 13년이 지나서야 전역증(작은사진)을 받았다. 1966년 전역증을 받기 위해 제출했던 복무확인 수속접수증을 들어보이고 있는 장인규 씨.
6.25 한국전쟁 발발 71주년을 맞이했다. 1951년 15살 나이에 켈로부대(KLO, 8240부대)에 자원입대한 장인규 씨(85, MD)도 어느덧 80대 중반이다. 70여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는 전쟁, 휴전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는 전쟁은 80대 노병의 기억 속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황해도 고향을 다시 방문하는 날을 기다리며 장 씨는 조만간 코로나19 제한조치가 풀리면 한국을 방문해 전우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강화도 교동에 가서 ‘유격군 충혼전적비’를 둘러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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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에 미군 첩보부대(KLO부대) 자원 입대
황해도서 첩보활동…부대원 절반이 전사해
“빼앗긴 고향을 우리 손으로 다시 찾겠다”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나고 자란 장인규 씨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강화도로 피난을 갔다. 부모와 형제를 두고 혈혈단신 고향을 떠난 15살 소년에게 전쟁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혹한 현실이었다. 비단 전장이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죽음을 목격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으며 이러한 전쟁을 일으킨 북한군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피난민 대부분이 하루 속히 북한군을 몰아내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던 가운데 장 씨는 1951년 켈로(KLO, Korea Liaison Office)부대로 불리던 미군 첩보부대원 모집공고를 보고 자원입대했다. “빼앗긴 고향을 우리 손으로 다시 찾겠다”는 각오로 어린 학생들이 군복을 입고 총을 들었다.
“부대원의 절반이 목숨 잃었다”
켈로부대의 임무는 야간에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는 황해도 지역으로 침투해 적군의 동태를 살피는 첩보활동이었다. 장인규 씨는 4~5명의 부대원과 함께 허름한 돛단배를 타고 노를 저어가며 황해도 해안가로 들어갔다가 임무를 마치면 다시 그 배를 타고 돌아왔다.
첩보활동이 발각되면 전투도 불가피했으나 육로가 아닌 배를 타고 돌아오는 것이 문제였다고 한다. 허름한 돛단배에 쏟아지는 집중포화는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었다. 우리 손으로 고향땅을 다시 찾겠다는 각오가 무색하게 부대원의 절반이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다”
켈로부대는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체결과 함께 해체됐다. 일부는 한국군에 편입되기도 했으나 장 씨를 포함한 대부분은 전역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군 소속이 아니었던 이들은 군번도 없고 전역증도 없었기 때문에 참전용사로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미국이 8240부대의 모든 활동을 기밀로 GK면서 그들의 존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국 정부도 비정규 병력인 그들의 공적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이들의 존재가 알려지고 공적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장 씨는 전역한지 13년이 지나서야 군번도 받고 전역증도 받을 수 있었다. 한국 정부에서는 8240부대원들도 참전용사로 예우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여전히 이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장 씨는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다. 나라가 망하게 생겼는데 한국군이든 미군이든 무슨 상관이냐”면서 “당시에는 그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1973년에 이민 온 장 씨는 메릴랜드에서 건축회사를 운영했으며 워싱턴8240전우회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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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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