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보 검증 본격화… 공화 영킨 사모펀드 논란, 민주 맥컬리프 투자 문제 불거져

테리 맥컬리프 민주 후보.글렌 영킨 공화 후보.
미국 언론이 주목하는 올해 최고의 정치 이벤트는 다름 아닌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다.
NBC 방송은 1일 “억만장자로 알려진 공화당 영킨 후보와 또 다른 거부인 민주당 테리 맥컬리프 후보의 경쟁이 2021년 최고의 정치 이벤트(Top Political Contest)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주목받는 선거인만큼 이들에 대한 검증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공화당 영킨 후보는 공직 출마가 처음인 정치 신인인 만큼 후보자 검증 역시 처음이다. 작년 여름까지 투자회사 칼라일(Carlyle)그룹의 CEO를 역임했던 영킨 후보는 사모펀드를 통해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달리 개인 재산 문제에 관대한 미국이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이러한 영킨 후보의 재산내역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칼라일 그룹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한미은행(현 한국씨티은행)을 헐값에 사들였다가 2004년 씨티은행에 매각하면서 6,600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많은 직원들을 해고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 과연 공직에 출마하는 것이 적합한지, 서민들을 대변하겠다는 말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맥컬리프 선거캠페인에서는 “영킨은 오직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서만 일했을 뿐 서민들의 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공격하며 “그는 최근 몇 년간 저소득층을 위한 이동식 주택, 요양원,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에너지 회사 등을 처리하며 1천개 이상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노동부 자료에는 영킨 후보가 칼라일 그룹 CEO로 재직하던 당시에 사모펀드로 매입한 기업들에서 최소 1,300개의 일자리가 해외로 옮겨간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모펀드 문제는 공화당 영킨 후보뿐만 아니라 민주당 맥컬리프 후보와도 관련이 있다. 맥컬리프 후보가 주지사를 역임했던 2014년 전후에 자신도 바로 그 칼라일 그룹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공개된 재산내역을 보면 맥컬리프 후보는 2007~2016년 사이에 최소 69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재산내역이 제한적으로 공개된 만큼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투자를 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컬리프 후보는 그간의 정치 경력만큼 이미 여러 차례 검증과정을 거쳤고 고액 후원자나 로비스트들과도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상대편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 이미 준비돼 있다는 평이다. 반면 정치신인인 영킨 후보는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자랑스러운 경력이 더 이상 자랑스럽지 않을 수도 있는 어려운 질문들에 답해야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원치 않는 영킨 후보는 지난 2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기업에 투자하고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기업의 확장과 신제품 출시, 새로운 인재를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칼라일 그룹이 기업을 인수하고 매각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누군가의 희생이 불가피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이를 지적하기에는 민주당 맥컬리프 후보도 그리 적합한 인물은 아니라는 평가다.
서민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막대한 선거자금이 투입된 VA 주지사 선거는 ‘쩐의 전쟁’으로 불리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부자들의 경쟁이 심해질수록 점점 서민들의 삶과는 멀어지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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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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