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다, 심뽀가 못 됐다, 허파에 바람이 들어있다, 간이 배 밖에 나왔다, 담력이 있다…”

이처럼 한국어에서 사람의 정신상태나, 감정상태를 표현하는 관용어구에는 어김없이 사람의 장기를 의미하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데, 이는 우리가 평소에 자주 쓰고 듣는 이 같은 표현들이 ‘오장(심장, 간장, 비장, 폐장, 신장)이라고 부르는 다섯가지 장기가 비단 신체기능 뿐 아니라, 분노, 기쁨, 근심, 걱정, 공포와 같은 감정과 정신활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한의학 원리에 근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정은 ‘뇌’보다는 ‘몸’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그리고 이 오장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장기를 꼽자면 이는 단연 심장이다. 나머지 네 개의 장기가 각각 주관하는 신체기능과 정신활동이 독립적으로 세분화되어 있다면, 심장은 자신 본연의 역할을 넘어서 나머지 네개의 장기들의 기능까지 전체적으로 총괄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심장을 정신활동과 감정활동의 최종 책임을 맡은 임금이라고 표현하는데, 공황장애, 불안장애, 불면증, 다한증과 같이 ‘불안함’ 혹은 ‘두려움’과 같은 극단적인 감정상태와 연관되어 나타나는 대부분의 증상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있어 심장은 특히나 중요하다.

소심(小心)하거나 심약(心弱)하면 우리는 불안해진다

예를 들어 심장이 튼튼하여 그 안에 담긴 기운이 크면 마음은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되지만, 심장이 약해져 그 안에 담긴 기운이 적어지면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면서 불안해지고, 초조함과 두근거림,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쉽게 시작된다. 그래서 이러한 경향이 있는 사람들을 표현할 때 ‘심약(心弱)하다’나 ‘소심(小心)하다’같은 표현을 자주 쓰는데, 이는 심장의 기운이 충실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을 한의학적인 의학용어로 표현한 것이다.

쓸개가 약해지면 결단력이 약해진다

또 별거 아닌 일에도 걱정이 태산같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는 ‘불안증’의 경향을 지닌 이들에게 심장 다음으로 영향을 미치는 장기를 조명해 보자면 바로 담, 즉 쓸개이다. 쓸개의 주 역할은 간을 보조하는 기능이지만, 정서적으로는 ‘결단력’을 조절해 준다.

그래서 담이 튼튼하여 그 안에 많은 기운이 담긴 사람은 어떤 일에 대해 일단 하겠다고 결정을 내리면 주저 없이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용감한 사람을 보고 ‘담력(膽力)있다’,‘대담(大膽)하다’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용기가 없는 사람을 보고 ‘담이 작다’ 라고 표현하는 이유이다.

불안장애의 치료에 있어 ‘마음’보다는 ‘몸’의 치료를 우선시하는 것이 한의학의 치료원칙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불안장애의 치료에 있어 심장과 담의 강화를 우선원칙으로 삼는다. 사실상 불안감이라는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고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우리의 반응이기에, 불안함을 제거하기 보다는 불안함을 수월하게 견딜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주는 쪽으로 치료의 방향을 잡는 것이다.

약한 부분을 강화시키는 원칙을 따라 치료가 이루어지기에 주된 치료법은 한약을 통해 이루어지며, 필요에 따라 상담치료와 침치료가 병행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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