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듯 흔히 하고 듣는 말이나 생각하면 할수록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말이 있다.
옛날에 지독한 시어머니가 무서워 부엌 아궁이 앞에서 장작불 때며 몰래 먹던 인절미가 급히 먹다 숨이 막혀 질식사(?) 했다는 며느리 이야기는 너무 애처로워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허나 너무 서두르다 일을 망치는 경우를 우리 일상생활에서 심심치 않게 보아온다.
꽤 오래전 누님께서 팔의 골절상을 입고 한동안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끙끙거리시며 고생한 적이 있다. 연유인 즉, 막 떠나려는 공영버스를 달려가 타려다 넘어져 사고를 당한 것이다. 노인네, 많은 건 시간일 뿐인데 뭐가 그리 급해서 그 버스를 놓치지 않고 꼭 타야만 하셨을까?
누님은 그렇다 치더라도 평소 좀 급한 듯한 필자에게 늘 노인(?)답게 말씨며, 걸음걸이, 행동거지를 “천천히, 천천히!”하라는 집사람의 잔소리인지 충정어린 말을 늘 무시해오던 것이 드디어 결실 아닌 결실로 며칠 전 벌어졌다.
손님방 환기를 위해 열어 놓은 베란다 문을 닫고 천장 환풍기를 멈추려 방에 들어갔다 급히 어두운 방에서 움직이다가 무엇에 걸렸는지 순식간에 앞으로 고꾸라지며 걸상 등받침 모서리(후에 조사해보니)에 머리가 부딪침과 동시에 찬 물기같은 것(피였음)이 얼굴을 타고 내리는 게 아닌가.
급히 수건을 찾아 압박을 하고 환한 곳으로 나와 보니 상당한 출혈이 있어 서둘러 응급도구를 꺼내 소독과 거즈(Gauze), 압박붕대로 머리며 얼굴 반을 거의 감싸듯 감고(마침 집사람은 식료품가게로 먹을 찬거리 사러 부재중) 거실로 내려와 진정하며, 아, 이래서 혼자 있을 때 다리뼈 골절상을 층계에서 입었다든지, 심장발작이 오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곧 집사람이 돌아와 놀람은 물론 응급실에 갈 것을 강권하나, 좀 기다려 보자고 했다. 다행히 출혈이나 상처 크기 등 모든 게 응급실에 가지 않아도 되는 터라 다시 압박붕대를 가지런히 감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필자는 은퇴의사라 이러했지만 다른 분들은 물론 이런 경우 응급실행을 반드시 해야 한다.
애초에 베란다 방문을 닫으려 들어갈 때 불을 켜고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면 이런 사고는 일어날 리 만무했을 것이다.
시간관념의 차이로 우리 부부는 가끔 의견충돌을 한다. 집사람은 정확히 계산하여 모임 얼마 전에 집을 출발하자 하나, 필자는 넉넉한 시간 여유를 두고 출발하자고 해서 때론 의견충돌로 모임 자체에 참석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으나 아마도 여느 다른 집에서도 이런 가벼운 의견충돌들은 심심치 않게 있으리라 생각된다.
거의 모든 분들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특히 이민자들인 우리들의 경우, 앞만 보면서 급히 쉴 새 없이 힘들게 살아온다. 그러다 살만하면 병들고 이곳저곳 아프며 고생하다가 이 세상 하직하는 게 비일비재하다.
그렇기에 달리던 것을 잠시 멈추는 시간을 만들어 자신이 하고 싶은 산행이라든지, 취미생활을 은퇴 전에 미리미리 조금씩 익혀 훗날 인생을 관조하며 서서히, 서서히 이 세상 소풍을 끝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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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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