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 “대만 대표가 사용한 지도에 당황…백악관, 대만에 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일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폐막 연설을 하는 모습. [로이터=사진제공]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세계 110여개국을 초청해 화상으로 개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대만 장관이 등장하는 영상이 삭제됐으며, 이는 대만과 중국을 다른 색깔로 구별해 표시한 지도 탓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지난 10일 민주주의 정상회의 둘째날 대만 대표 탕펑(唐鳳·영어명 오드리 탕) 디지털 정무위원(장관급 국무위원)이 발표할 때 화면 속에 등장한 슬라이드 자료에는 중국을 빨간색, 대만을 녹색으로 표시한 지도가 등장했다.
소식통들은 해당 지도가 등장하자 미국 관리들이 난감해 했고, 백악관의 지시로 몇분 후 탕 위원의 영상이 삭제되고 이후 토론 화면에서는 그의 음성만 제공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토론 도중 탕 위원을 잡은 영상은 더 이상 제공되지 않았고 그의 얼굴은 스크린샷으로만 화면에 남았다.
이후 회의 화면에는 "패널 참석자의 어떠한 의견도 개인적인 견해이며, 미국 정부의 견해를 반드시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고지가 올라왔다.
소식통들은 백악관이 미국 주최 회의에서 대만과 중국을 구분하는 지도의 등장이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과 배치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우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면에 해당 지도가 등장하자 미국 관리들은 즉각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교환했고,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대만을 별개의 나라로 보여주는 해당 지도의 등장에 국무부에 화를 냈다고 밝혔다.
또 백악관이 대만 정부에 항의했고 결국 탕 위원의 영상이 삭제됐다고 전했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만에 대한 지지를 표하고자 대만을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초청했고,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미 국무부 대변인은 화면 공유에 혼선이 있어 탕 위원의 영상이 삭제됐다며 이를 '명백한 실수'라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탕 위원의 슬라이드 자료에 등장한 지도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비정부기구(NGO)인 세계시민사회단체연합체(CIVICUS·시비쿠스)가 각지의 시민권 개방도를 색깔로 표시한 것이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가 등장한 해당 지도에서 대만은 개방사회를 뜻하는 녹색으로 칠해졌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 베트남, 라오스 등은 폐쇄된 사회를 뜻하는 빨간색으로 칠해졌다.
소식통들은 해당 지도가 국가의 경계를 표시한 것이 아닌데 미국 정부가 과도한 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 소식통은 '디지털 권위주의에 대한 대응'을 논하는 토론 도중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중국과 다른 나라의 압박에 맞서 민주주의를 촉진하기 위한 이번 정상회의의 목적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NSC는 탕 위원이 사용한 슬라이드가 회의 리허설 때 등장했던 것과 다르다는 점 때문에 탕 위원과 대만의 고의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영상 삭제 이유가 지도 탓이라고 생각하냐는 로이터의 질의에 탕 위원은 이메일을 통해 "내 슬라이드의 시비쿠스 지도나 아시아의 미국 동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또 대만 외교부는 로이터에 "기술적 문제 탓"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소식통들은 이번 일이 미국 정부의 대만에 대한 지지가 그들이 누차 강조하는 것처럼 굳건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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