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줄 달지 않은 반려견 내쫓은 30대 여성
▶ 개 주인들 욕설, 손찌검에 아파트 옥상 투신
관리회사는 발뺌...”목줄 채우자”구호 무색
지난달 13일 새벽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훙산구 아파트단지. 32층 옥상에서 여성 루(35)모씨가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루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건 동네 할머니들이 키우던 반려견 때문이었다. 목줄을 채우지 않은 개의 위협과 이웃들의 비난에 시달리던 한 여성은 끝내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루씨 가족들에 따르면 9월 어느 출근길에 사건이 시작됐다. 한 무리의 할머니들이 목줄을 매지 않은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루씨는 개가 달려들자 황급히 길가에 있는 나뭇가지를 주워 개들을 내쫓았다. 그러자 개 주인들은 루씨를 에워싸며 욕설을 퍼붓고 역정을 냈다. 일부는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 놀란 루씨는 이후에도 할머니들에게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목줄을 채웠다 하더라도 느슨하게 잡아당기는 통에 루씨가 느끼는 불안감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웃과의 불화가 지속됐다. 그 사이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루씨의 집을 찾아와 따졌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루씨는 문을 꽁꽁 걸어 닫고 집에 처박혀 있는 날이 늘었다.
루씨 언니는 “동생은 어릴 적 개에 물린 경험 때문에 평소에도 개를 무척 무서워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여러 차례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부동산 관리회사 측은 “우리는 주민들에게 조치를 취할 권한이 없다”고 뒷짐만 졌다. 31개 동, 2,200여 가구가 입주한 아파트 단지 곳곳에 “외출할 때는 개 목줄을 반드시 채워 달라”, “반려동물 사육 규정을 준수하자”, ‘문명양견(文明養犬)’ 등 온갖 구호를 담은 현수막이 나붙었지만 그뿐이었다.
중국 인터넷과 매체를 통해 루씨의 억울한 사연이 소개되자 당국보다 여론이 먼저 움직였다. 루씨가 숨진 잔디밭 앞에 고인을 추도하는 헌화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파트단지에서 이웃을 배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반려견을 키우는 것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사람의 잘못을 개에게 돌리지 말라”는 주장도 나왔다.
공안은 루씨 사망 열흘이 지난 23일에서야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루씨가 봉변을 당한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물증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봉황망 등 중국 매체들은 법조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 “사건에 연루된 할머니들의 반려견 관련 규정 위반과 이로 인한 루씨의 사망, 부동산회사의 관리소홀 등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매년 1,000만 명 이상이 개에 물리고 2,000명이 광견병에 걸린다. 이로 인해 개 주인과 행인 간 분쟁과 폭행, 법적 소송이 폭증해왔다. 이에 올해 5월부터 집 밖에서 목줄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지난 9월에는 허난성의 아파트에서 70대 여성이 대형견에게 크게 물렸는데,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던 가해자의 남편이 고위공무원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중국 전체 반려견은 1억 마리, 반려묘는 9,000만 마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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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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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여기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