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ABC 스토어의 소주 진열칸이 거의 비어 있다.
스토어 진열대 비어 연말 대목 식당들 발만 동동
ABC 주문 시스템 오류에 트럭 운전자 부족 원인
연말을 맞아 주류소비가 늘고 있지만 한인들이 즐겨 마시는 소주를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 술집에서 소주가 없어 주문을 못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주 버지니아의 한식당을 찾은 한 한인은 평소 즐겨마시던 파란색 병의 ‘진로이스백’ 소주를 주문했으나 웨이터는 재고가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어 수입이 어려운가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대신 ‘참이슬’이나 ‘처음처럼’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재고가 없어 다른 술을 주문했다며 술자리에서 소주가 없어 고민하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다른 일행은 그나마 소주가 있어서 다행이라며 다른 식당에서는 아예 소주가 없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에서 발생한 소주 품절사태는 한식당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연말 대목을 앞두고 소주를 확보하지 못한 식당들은 매상을 올릴 기회를 놓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소주가 없어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고 있으며 술자리에서 소주를 주문하지 못하는 손님들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강 식당 린다 정 매니저는 “소주 품절사태 소식을 듣고 ABC에 선주문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연락이 없다”며 “그나마 매년 연말마다 소주가 부족했던 경험에 비추어 미리 지난달 여유 있게 물량을 확보해 버티고 있지만 얼마나 오래 동안 품절사태가 이어질지 우려 된다”고 말했다.
사정은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ABC 스토어도 마찬가지다. 한 한인은 연말파티를 위해 ABC 스토어를 찾았다가 한국 술 코너가 텅 비어 있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러한 소주 품절사태는 재고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버지니아 주류당국(ABC)이 제대로 공급을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애난데일 ABC 스토어의 매니저는 “리치몬드의 ABC 창고에는 재고가 남아있지만 각 매장으로 배달이 되지 않고 있다”며 “한인 업소들의 주문이 폭주하고 있지만 언제 입고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브랜드의 소주가 진열됐던 매장 선반에도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과 함께 썰렁하게 비어있다.
버지니아는 주정부가 주류 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만큼 개인이나 업소 모두 ABC 스토어에서 구입해야 한다. 맥주나 와인은 일반 그로서리에서도 판매되지만 소주는 ABC를 통해서만 유통되기 때문에 버지니아에서 소주를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
재고가 남아있는 매장을 찾아 다녀보지만 어딜 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개인의 경우 꼭 필요하다면 메릴랜드나 DC의 리커 스토어를 방문해 구입하면 되지만 영업용의 경우 타주에서 주류를 들여오는 것은 위법이다.
주류도매업체인 영원무역 문효택 이사는 “전반적인 물류대란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소주를 수입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 “버지니아에서 소주 품절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ABC 당국이 주문시스템을 바꾸고 창고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으며 리치몬드 창고에서 각 매장으로 배달하는 트럭 운전자들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도매업체가 직접 배달하는 메릴랜드나 DC 리커 스토어의 경우에는 소주 공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ABC 매장에 예전처럼 소주가 진열되기까지는 앞으로 2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문 시스템의 오류가 해결돼도 트럭 운전자는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매장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배달 트럭이 왔지만 현재는 일주일에 한 번도 제대로 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제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