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이암으로 자랄 ‘종양 씨앗’, 제3형 콜라겐 분비하면서 휴면
▶ 콜라겐 수치 떨어지면 ‘악성’ 돌변… 암 재발 예측도 가능
미국 마운트 시나이 의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캔서’에 논문
암세포는 비상한 생존 전략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주변 환경이 나빠졌을 때 '동면(冬眠)'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암세포는 영양분을 거의 쓰지 않는 '저속 분열' 모드로 전환해 분열과 성장을 멈춘다.
일례로 화학치료를 시작하면 거의 모든 유형의 암세포가 이 생존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그러나 화학치료가 끝나면 상황이 돌변한다.
잠에서 깨어난 암세포가 다시 성장하기 시작해 종양으로 자라는 것이다.
절제 수술을 하고 몇 년 뒤 다른 부위에서 재발하는 전이암도 대개 이런 패턴을 따른다.
사실 전이암은 원발 암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이다.
과학자들은 대부분의 암 사망이 전이암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원발 암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 무리는 다른 기관으로 옮겨간 뒤에도 곧바로 종양으로 커지지 않는다.
일단 동면 상태로 숨어 있다가 여러 해가 지나 활동을 재개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부위로 옮겨간 암세포 무리가 어떻게 동면에서 깨어나 전이암으로 성장하는지를 미국 마운트 시나이 의대(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호세 하비에르 브라보-코르데로 의학 종양학 부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에 논문으로 실렸다.
23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잠자던 암세포가 종양으로 자라는 이 메커니즘은 오랫동안 베일에 싸였던 전이암의 미스터리다.
다른 부위로 퍼진 암세포가 어떻게 휴면 상태에서 벗어나는지는 이전의 다른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밝혀졌다.
이번에 마운트 시나이 연구팀은, 전이성 암세포가 어떻게 휴면 상태를 유지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2 광자 전자현미경'(two-photon microscopy) 등 고해상 영상 기술로 살아 있는 생쥐의 '휴면' 암세포를 관찰했다.
이를 통해 암세포가 휴면 상태로 전환할 때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의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잠에서 깨어날 땐 그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했다.
휴면 상태의 암세포는 주변 미세환경에 끊임없이 제3형 콜라겐을 분비했고, 콜라겐 분비가 줄면 빠르게 성장하는 악성 종양으로 변했다.
인체에 많이 분포하는 1∼3형 콜라겐 가운데 시중의 보충제에 많이 쓰이는 건 펩타이드 형태의 제2형이고, 장기와 피부를 구성하는 건 제3형이다.
이 지점에서 매우 중요한 암 치료 전략이 나왔다.
암세포의 주변 환경에서 제3형 콜라겐 수위를 높이면 암세포를 휴면 상태로 묶어 암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휴면 암세포에만 휴면 유도 치료제를 전달하는 정밀 표적 치료를 예로 들었다.
이렇게 하면 1차 절제 수술한 종양의 국소 재발은 물론 멀리 퍼진 전이암도 차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런 암세포는 전이 과정의 산화 스트레스에 잘 견뎌 멀리 이동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의미는, 암의 재발과 전이를 예측하는 지표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암의 재발과 전이를 예측하는 '전위 측정'(potential measurement)에 제3형 콜라겐 수치를 활용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 잠재된 여러 가지 의미를 주목하고 있다.
브라보-코르데로 교수는 "처음 발생한 부위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부위까지 암의 재발을 억제하는 치료적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면서 "아울러 암의 재발을 예측하는 생물 표지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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