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버지니아주의 하원의원(House delegate)가 된 아이린 신(Irene Shin)이 11 월 22 일을 버지니아의 ‘김치의 날’로 만드는 법을 통과시켰다. 상원에서는 한인 사위, 챕 피터슨(Chapman Petersen) 이 같은 법을 통과시켰다고 하는데, 우리 집에서도 작년부터 내가 모처럼 만든 김치가 인기이다.
친정어머니는 고등학교의 가정과 선생님으로 요리는 잘 하셨지만, 기본적인 밥을 짓는 것이나, 김치나 밑반찬을 별로 만들어 주신 기억이 없고, 나 역시 미국에 오기전에 요리학원에도 다녔지만, 막상 신혼에 밥을 하는 것과 김치 담그는 것을 알려준 사람은 어렸을 때 고학을 한 남편이었다.
50여년 전 우리 부부가 유학생활을 시작한 뉴욕주 주청사가 있는 얼바니(Albany )에는 미국 군인과 결혼한 부인이 운영하던 조그만 동양음식 가게가 있었지만, 우리가 한국에서 먹던 배추는 없어서 양배추로 김치 만들어 먹고는, 혹시나 남에게 마늘 냄새를 풍길까봐, 열심히 양치질을 하곤 했다.
공부를 끝내고, 지금 사는 버지니아에 와서도, 우리는 미국사람들을 만날 때 여전히 조심을 하곤 했다. 김치나 매운 음식이나 찌개 등을 좋아하는 남편을 촌스럽다고 생각한 나는 남편의 큰 누님이 해마다 정성껏 보내주신 고춧가루를 조금 쓰다가, 색깔이 변하게 되면 아까워서 계속 사용하고, 새로 보내주신 싱싱한 빨간 고춧가루를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곤 했던 철부지였다.
요즘엔 버지니아 지역에도 한국 식료품점이 많이 생겨서, 김치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김치를 담근지 오래 되었는데, 작년에 수영장에서 같이 운동을 하고 사우나를 하면서 가까워진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미국 여인, 메리(가명) 때문에, 오랜만에 다시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
메리는 중동에서 근무하던 아버지를 따라 그 곳에서 젊은 시절을 보낼 때, 미국에 살다가 한국계 미국인을 만나, 열렬한 사랑으로 결혼하여 자녀도 많이 낳고, 이제는 증조 할머니가 되었지만, 남편에 대한 사랑은 지금도 대단하다. 최근에도 수영장에서 멀리 남편을 보게 되면, 오래 못 만났던 연인을 본 것 같이 즐거워 하곤 한다.
만약에 지금 사는 곳을 떠나게 되면, 자기 고향 대신 남편의 고향인 한국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하고, 한국 음식점도 10년이나 운영했다는 메리가 하루는 김치를 만들었다고, 너무나 재미있게 설명을 해서 설명만 들어도 침이 나올 정도였다.
나도 메리의 남편사랑에 감명을 받고, 50년 이상 결혼한 남편을 메리만큼 좋아해 본 적이 없는 죄책감에 지금이라도 남편을 위해 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남편은 내가 오랜만에 만든 김치를 너무 좋아하고 나의 수고에 미안해 하며 마늘, 생강, 파를 준비해 주고 설거지를 해 주고, 맛있다고 국물까지 마시곤 해서, 늦게나마 남편을 위해 계속 김치를 만들고 있다.
가까이 사는 딸네 식구들도 내가 만든 김치를 즐겨하고, 백인 사위도 국물까지 맛있게 먹는 사진도 보내주고, 외손주와 손녀도 할머니의 김치가 최고라고 칭찬이 대단하다. 시카고에서 놀러온 아들네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도 샐러드처럼 맛있게 먹으니, 메리의 남편 사랑이 우리 집까지 전해져서, 우리도 김치를 함께 만들면서, 로맨스 그레이를 즐기고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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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자 / 비엔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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