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폭동 생생히 전달 강형원 전 로이터 수석사진부장
▶ 남에게 비춰지는 우리들의 모습도 잘 관리해야, 한인타운 폭동현장 등 취재로 퓰리처 상 수상…코리안아메리칸으로 주인의식갖고 100년 비전봐야

“한인들이 타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잘 정립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밝힌 강형원 전 로이터 수석사진부장은 “미주한인들이 우리의 관점에서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형원 전 로이터 수석사진부장이 한국일보 주최 LA폭동 30주년 교훈과 비전 특별세미나에서 방탄 조끼를 입고 폭동현장을 누볐던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폭동당시 사진취재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았는지.
▲4월29일 경찰도 위험을 느껴 철수한 플로렌스와 놀맨디 폭동현장에 취재를 위해 잠입했다. 동료 사진기자와 취재활동을 하는데 폭도들이 벽돌과 야구방망이를 들고 차를 향해 돌진했다. 만약에 흑인폭도에게 잡혔다면 백인 트럭 운전사 레지널드 데니처럼 차에서 끌어내려져 집단폭행을 당했을 정도로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4월30일에 4가와 웨스턴의 가주마켓에서 경찰이 출동하지 않자 직접 총으로 무장하고 업소를 지키기위해 나선 용감한 한인들을 밤새워 취재했다. 이날밤 인근 지역에서 벌어진 엄청난 총격전 소리를 듣고 뛰어간 곳이 바로 이재성군이 숨진 곳이었다. 그 현장을 취재하면서 내가 사진기자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군같은 자경단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일간 아예 집에 못들어가고 자경단과 흑인폭도간에 총격전을 주고받는 전쟁터같은 곳에서 아무 사고가 없었으니 운이 좋았다. 가족들에게는 걱정할까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타운을 지키다 희생당한 이재성군 어머니를 만났는데.
▲4월30일밤 연속으로 들려오는 요란한 총 소리를 찾아서 도착한 3가와 호바트길 코너에 총상으로 숨진 이재성군의 몸에서 주차장 드라이브웨이 입구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폭동 첫 이틀동안 보이지 않던 경찰들이 총기 사고를 수사하러 도착했다. 보도사진 찍는 기자는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감정적인 해석과 표현은 직업적으로 나중으로 보류한다. 당시 원산면옥 식당앞에서 사살된 채 누워있는 이재성군의 사진을 특종보도했지만 나중에 이재성군의 어머니를 만났을 때 아직도 꿈에서 아들이 그 당시 젊을 때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이야기할 때 가슴이 메어지는 듯했다. 고 이재성군 부모와 기회 있을 때마다 재성군 묘지에서 만나뵙고 인사한다. 삼대 독자를 먼저 보낸 부모님들을 만날 때마다 눈물을 참을 수 없다.
-포토 저널리스트로서 한인들이 유난히 피해가 컸던 이유를 분석한다면.
▲‘Perception Reality’라는 말이 있다. 남에게 비춰지는 우리의 모습을 잘 관리해야한다는 뜻이다.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기도 했지만 흑인동네에서 돈만 벌고 흑인사회에는 이익환원도 하지않는 한인이라는 인식을 흑인들이 갖게 한 책임도 있다. 우리가 그만큼 덕을 쌓지못했고 친구를 만들지도 못했다. 즉 관계정립에 실패한 것이다. 마켓에서 한인업주들이 흑인고객들에게 거스름돈을 돌려줄 때도 손에 쥐어주어야 그들이 대우를 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데 한인들은 카운터에 그냥 놓았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것이 불친절한 한인업주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고객들이 머무는 공간을 깨끗하고 정결하게 꾸며야하는데 흑인동네라고 그냥 지저분하게 방치한 것도 좋게 비춰지지 않았을 것이다. 인종에 관계없이 눈앞에 있는 손님을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야 단골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업주도 성공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한인들이 등한시한 것이 아직도 뼈아프다.
-우리의 역사보존의식과 과제를 평가한다면
▲미국사회와 주류언론은 그들만이 주도해가는 ‘narrative’ 즉 ‘그들의 관점’에서 보고 해석하는 현실로 역사를 기록한다. 미주한인들이 우리만의 ‘narrative’ 가 있어야 올바른 역사로 기록된다. 또한 이미 폭동피해자가운데 상당수가 유명을 달리했다. 지금 젊은 세대는 폭동당시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너무 어려서 폭동을 기억도 못하는 형편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폭동에 관한 역사를 차세대와 타 커뮤니티를 위해서 영문으로도 남겨야한다. 개인적으로 지난 30년간 웹사이트를 만들어 폭동관련 사진들을 올려놓았고 학생들이 폭동관련 논문자료로 쓰겠다면 제공했다. 다큐멘타리나 역사물을 박물관을 만들어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폭동자료 웹사이트라도 구축해 놓아야한다.
-한인들의 자경권 행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에 굴하지 않고 총기를 가지고 업소를 지키기위해 나선 한인들이 자랑스럽다. 폭동당시 한인타운을 우리 손으로 지킨 것은 정말 잘했다. 당시 폭동을 경험했던 베테런 경찰들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 한인들이 스스로 타운을 지킨 것에 대해 매우 고마워했다. 경찰이 지켜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경찰이 공권력과 치안이 부재된 무법천지를 만든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한흑관계는 물론 히스패닉계 등 타 커뮤니티와의 관계에 대해서 향후 어떻게 대처해야한다고 보는가?
▲한인 커뮤니티는 한인타운에서도 소수이다.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불특정 다수의 인종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여러 커뮤니티의 공동의 표적이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식 예의범절을 익혀서 의도하지 않았던 문화 충돌이나 오해 등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
-폭동의 교훈은.
▲한인들이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것에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문화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인의 문화, 사고방식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영어도 저절로 배워진다. 한인사회 뉴스를 보는 분량만큼 주류사회 소식도 접하면서 미국에서 현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알아야한다.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자연스럽게 언어도 배울 수 있다. 우리가 미국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려는 노력이 따를 때 고립되지 않는다. 폭동은 타 커뮤니티와 원만한 관계형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해준 좋은 계기였다. 미국에 이민와서 손님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식을 갖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2세들에게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의 긍지를 어떻게 지킬 수 있도록 어떻게 뿌리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은가?
▲자존감이 높은 후손들이 될 수 있도록,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우리 한국인의 조상들은 인류의 가장 오랫동안 지속해온 문명중 하나인 동아시아의 주인공이었고, 탁월한 재능으로도 인류역사속에서 의뜸가는 수많은 인류의 문화유산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영어가 세계적인 지식 언어이지만, 한국말, 한글 그리고 한자 문자 조합을 창조한 한국문화의 주인인 한국이 문화강국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가르쳐 주어야한다. 영어를 주 언어로 살지만, 하루면 배울 수 있는 한글 자음과 모음을 기본적으로 꼭 어려서 배우게 해서 나중에 기회있을 때 한국어를 본인들이 선택해서 배울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요즘은 한류 열풍 때문에 비한인들의 한국어 습득 열풍이 불고 있지 않은가.
-향후 100년 미주이민사회의 비전을 어떻게 제시하는가?
▲영어문화권에서 주류사회의 언어와 매너에 익숙한 미주한인들은 동아시아 문명의 주인공인 문화강국의 한국인 후손들로서, 인류역사상 가장 정의롭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미국사회에서, 각 분야에서 전 세계 질서를 유지하고 리드하는 많고 중요한 임무수행자들이 나오리라 예상된다. 코리안 아메리칸은 기회만 주어지면 어떤 민족보다 탁월한 노력과 능력을 보일수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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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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