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사회가 나아갈 길은
▶ 폭동 모르고 자란 2세, 3세들에게 ‘실상 더 알려줘야’, 앞만 보고 달려오지는 않았는지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흑인·히스패닉과의 관계 개선 등 더불어 사는 인식 절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듯 우리는 4.29의 역사를 통해 배우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30년전 1992년 4.29 폭동이 준 교훈을 되새기고 잘 실천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그리고 우리 한인사회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후세들이 맞이하게 될 4.29 폭동 40주년과 50주년, 60주년에는 지금보다 더 화합하고 주류사회에서 더 인정받는 커뮤니티로 거듭나야 한다. 4.29 폭동은 한인사회가 외적 성장만 추구한것이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4.29 폭동의 경험자와 피해자들, 전문가들, 한인사회 리더들은 흑인과 타커뮤니티와 지속적인 교류와 협업, 한인 정치력 신장과 두터운 네트웍 구축, 한인사회의 적극적 대응과 요구, 역사의 정확한 기록과 전달, 올바른 역사 의식, 아시안 증오 척결, 단체와 기관들의 올바른 역할 고민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LA 한인사회는 한민족 특유의 저력으로 30년전 1992년 4.29 폭동의 피해(위쪽 사진)를 극복했으며 경제적 영향력과 정치력 신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에서 수적으로 소수민족일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안주하면 안되고 지속적으로 인종화합과 정치참여에 힘써야 한다. 이제 그 역할은 1세에서 2세, 3세로 이어져야 한다. [박상혁 기자]
■폭동 통해 커뮤니티가 나아갈 길 고민하는 계기 돼
지속적인 교류와 협업을 이어나가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갈등의 상대가 됐던 흑인 뿐 아니라 우리와 태생적, 문화적으로 다른 타인종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이는 또 다른 형태의 4.29 사태 대비를 넘어 이민사회에서 한인의 영향력을 확대해 안정적인 삶과 다양한 권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단일민족의 우수성 만을 강조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은 지양되야 한다.
한인들은 폭동에서 가장 큰 피해를 당하면서 주류사회에 무관심 했다는 자기반성의 계기가 됐으며 정치 참여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 또한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 발견과 공동체 가치관 확립의 필요성도 인식하게 됐다.
실제 LA 피해 추산액 8억달러 중 약 절반인 4억달러가 한인 사업체 피해로 추정됐다. 2,300개 이상의 한인 사업체들이 경제적 피해를 당했다. 경제적 피해 못지 않게 한인들의 정신적 피해도 심각했다.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는 “폭동 이후 본인이 상담하고 치료한 한인 폭동 피해자만 1,000명에 달한다”며 “이들중 일부는 결국 회복을 못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인 정치인 배출 못지않게 주류 정치인과 유대관계 쌓아야
무엇보다 정치력 신장이 최대 과제로 꼽혀왔다. 4.29 폭동의 뼈아픈 사실 중 하나는 바로 우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정치인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이다. 이후 우리는 괄목할만한 정치력 신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여전히 나아갈 길은 멀다. 친한파 정치인 확대, 체계적인 정치 후원과 차세대 발굴 뿐 아니라 여전히 저조한 한인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 한인 정치인이 더 많이 탄생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환영할 일이지만 자질이 부족한 한인들이 무리하게 선거에 입후보하는 사례를 경계해야 한다.
이에 더해 각계의 다양한 네트웍을 구축해 한인사회의 영향력을 넓히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주류사회의 잘못된 정치, 뉴스, 행정 포장 등에 대한 경계와 대응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4.29 폭동은 일련의 사건을 주류 언론에서 흑인과 한인 갈등으로 잘못된 프레임을 씌워 몰아간 결과로도 평가된다.
30년 전의 미국사회의 깊고 어려운 인종, 경제적 문제는 오늘날도 여전히 존재한다. 어쩌면 다민족 사회인 미국이 영원히 풀지못할 과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제2의 폭동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경계심을 늦추면 안된다.
한인사회가 지난 30년간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자만심에 빠져 타인종을 무시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또 다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실제로 지난 2020년 5월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 경찰에 의해 체포되는 과정에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전국에서 격렬한 데모와 폭동 사태가 발생했고 수백명의 한인 업주들이 약탈과 방화 피해를 당했다. 우리 한인들은 당시 불안한 마음으로 30년전 4.29 폭동의 악몽을 다시 체험해야 했다.
■보상과 공식 사과 받는 노력 포기하지 말자
당시 피해 업주들의 증언에 따르면 대부분의 업주는 흑인 손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당시 주류 언론은 로드니 킹 사건과 두순자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 게다가 당시 경찰은 폭도를 적극적으로 제압하는 대신 부촌으로 향하지 못하도록 주요 길목을 막아 놓았을 뿐 진압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만들어진 폭도들의 분노 해방구엔 한인타운이 한 가운데 있었다. LAPD의 치안유지 책임 회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뼈아픈 부분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지만 폭동 당시에 한인들이 받은 경제적^정신적 피해와 경찰이 지켜주지 않고 방치한 것에 대한 보상과 공식 사과를 받아내는 부분도 포기해서는 안된다.
역사의 정확한 기록과 전달도 빼놓을 수 없다. 한인사회 차원에서 4.29 관련 기록물들을 보존하고 폭동의 원인과 전개과정, 문제, 교훈 등을 후세에게 교육하는 일들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본보가 지난 4월 20일 개최한 폭동 30주년 특별 세미나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정확한 기록을 남기는 것 역시 중요한데 4.29 폭동 피해자들은 알려진 것과 당시 실제 상황이 다른 것들이 종종 있다고 말한다. 정확한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주장과 갈등이 생겨나며 올바른 미래를 제시할 수 없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아시안 증오범죄도 대비해야
이에 더해 최근 아시안 증오의 확산도 또 따른 인종 전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일각에선 경계하고 있다. 다행히도 아시안 정치인이 많아진 현재 정부 차원에서도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지만 척결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단체와 기관들의 올바른 역할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많은 이들이 강조하고 있다. 여기엔 타민족에 비해 압도적인 비율로 많은 신도와 부, 영향력을 소유하고 있는 한인 종교 기관도 포함된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들이 범한인사회 차원에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4.29 폭동의 경험자와 피해자들, 전문가들, 한인사회 리더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게 600만명이 학살당하는 비극을 겪었던 유대인 민족은 지금도 자녀들에게 ‘용서는 하자, 그러나 절대 잊지는 말자’는 가르침을 준다고 한다. 우리 한인들도 반드시 새겨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한형석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