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사태 속 아시안 증오범죄 급증, 흑인 가해자 많아
▶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해 4.29 폭동 피해 다시 상기, 인종 간 교류 확대로 상호 이해 폭 확대는 긍정적 신호

미국 최대 노숙자 집결지인 LA 다운타운의 스키드로우에서 ‘스키드로우 피플스 마켓’을 운영하는 대니 박씨는 나락에 빠진 흑인 주민들과 연대하며 상생하는 모습을 몸소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다. 박씨(맨 오른쪽)가 흑인 고객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한-흑, 한-히스패닉 등 인종갈등의 현 주소로드니 킹 사건으로 상징되는 흑백 갈등이 도화선이 됐지만 4.29 폭동의 가장 큰 피해자는 흑인도 백인도 아닌 한인이었다. 4.29 폭등은 미 인종 갈등 역사에서 전례가 없었던 최초의 다인종 폭동 사건으로 기록된다. 과거 흑백 갈등이 전부였던 미국 사회의 인종갈등 양상이 다인종 간 갈등 양상으로 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사건이었던 셈이다. 폭등 발생 30년이 지난 지금 표면적으로 폭동의 상흔은 가시고 인종간 평화 상태가 유지되는 듯하지만 미국 사회는 그동안 인종간 분화 양상이 심화됐고, 인종 갈등의 불씨도 여전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속에 아시안은 그 어느때보다도 증오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4.29 LA 폭동 30년이 지난 2022년 한인을 둘러싼 인종적 환경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으로 빠른 분화를 보이고 있다. 변화하고 있는 인종 갈등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코로나19 사태 속 아시안 증오범죄 급증에 따른 한-흑 관계 악화
코로나19 사태 속에 미 전역에서 아시안 증오범죄가 급증했다.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발생한 증오범죄의 가해자는 대부분 흑인이었고, 이는 한흑 갈등을 재점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특히 2020년 5월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46세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경찰 데릭 쇼빈에 의해 9분 넘게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과거 로드니 킹 사건을 연상시켰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됐고, 항의하는 시민들이 미국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상점을 약탈하거나 방화를 저지르는 폭동도 이어졌다.
필라델피아, 미니애폴리스, 애틀란타 등 미 전역에 위치한 한인 업소들 또한 시위 및 폭동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고, 이는 한인 주민들에게 1992년 LA 폭동을 상기하게끔 했다. 4.29 폭동을 경험했던 한인들은 제 2의 LA 폭동이 일어날까 두려움에 떨었고, 실제로 미 전역에서는 100여개의 한인 상점들이 재산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됐다. 4.29 폭동의 악몽을 가진 LA 한인사회를 진정시키기 위해 LA 한인타운에는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이 투입되기도 했다.
■잠복한 한-히스패닉 갈등
4.29 LA 폭동 30년이 지난 현재 한인들이 경험하는 급격한 변화 중 하나가 히스패닉계와의 관계다. 한인 업소 대부분이 히스패닉계 직원들을 고용하게 됨에 따라 과거 업주와 고객으로 접했던 한-히스패닉 관계가 이제는 고용주와 종업원의 관계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한흑 관계 못지 않게 히스패닉 종업원들과의 원만한 노사 관계 설정 문제는 한인사회가 직면한 과제가 됐다.
다운타운 한인 의류업계나 요식업계, 마켓 등 한인 업계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노사 문제가 히스패닉계 종업원들과 한인 업주 사이에 발생하고 있어 업주 입장인 한인들의 다각적인 관계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 문제가 생기는 부분은 오버타임 페이, 휴식시간 제공, 임금 체불, 인격적인 모욕 등 가장 기본적인 노동 조건과 관련된 것들이어서 한인 업주들의 자세 변화만으로도 관계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소수계 커뮤니티 연대
하지만 한-흑, 한-히스패닉 관계가 30년 전보다 퇴보하거나 정체된 상태는 아니다. 오늘날 흑인을 비롯해 라틴계 등 소수계 커뮤니티는 서로 힘을 합쳐야 상생 효과가 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한 예로 지난해 3월27일 LA 한인타운 올림픽 블러버드에서 열린 아시안 증오범죄 규탄 시위행진에는 한인들은 물론 타 아시아계와 흑인, 라티노 등 범 커뮤니티가 참여해 인종차별과 증오범죄 근절을 위한 단합된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줬다. 시위를 주최했던 LA 한인회의 제임스 안 회장은 “라티노, 흑인계 등 여러 타인종 커뮤니티가 이 자리를 함께 해주셨다”며 “아시안 커뮤니티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증오범죄를 규탄하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수계 커뮤니티가 서로 연대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해결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남가주 지역의 대표적 아시아계 권익단체인 아시안아메리칸정의연대(AAAJ)의 설립자이며 대표를 역임한 스튜어트 쿼 이사는 아시안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인종차별 관련 범죄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아시안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피해 대상이 되는 라틴계, 흑인 등 다양한 인종들이 서로 단결해 정의를 위한 강력한 연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29 폭동 30주년 맞아 한·흑 커뮤니티 화합 도모 행사 잇따라
LA 폭동 30주년 당일인 오는 4월29일 한인과 흑인 커뮤니티가 마련하는 대형 연합행사는 LA 한인회와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한미연합회 등 한인 단체들, 그리고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연대(AAAJ) LA 지부, 흑인 유명 대형교회인 ‘퍼스트 AME’ 교회, 흑인 단체인 LA 어반리그가 함께 동참해 오후 4시 윌셔와 세라노의 리버티팍 잔디광장(3700 Wilshire Blvd. LA)에서 펼쳐진다.
이처럼 오늘날 한인과 흑인들은 연합체를 형성해 과거의 과오로부터 벗어나고자 연대하고 있다. 폭동 30주년을 맞아 타인종 커뮤니티 간 교류가 확대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들이 지속됨에 따라 머지않은 미래에 인종간 관계 개선 또한 기대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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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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