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4.29 폭동 당시 피해 한인들의 아픔을 대변하고 수습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 여성들이 있다. 당시 미 주류방송에서 한인사회의 권익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발언으로 일약 전국적인 스타로 떠올랐던 안젤라 오 변호사와 LA 재건위원회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발탁되어 피해자들의 복구에 앞장섰던 애니 조(민주) 40지구 주 하원의원 후보에게 폭동의 의미와 교훈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던 안젤라 오 변호사
미주한인들이 정체성을 처음으로 자각하게 된 기념비적 사건이 ‘4.29’라고 정의한 안젤라 오 변호나는 “폭동의 아픔을 뒤로 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폭동으로 이민자 터전 유린,코리안아메리칸 정체성 탄생-한인사회에 4.29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4.29는 미주 한인들에게 미국에 거주하는 소수계 커뮤니티가 힘이 없으면 어떤 비극을 당하게 되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역사적 사건이다. 주로 비즈니스를 운영했던 한인 이민자들이 폭동 피해의 타겟이 됐다. 1992년 4월29일은 LA 한인 뿐만 아니라 미 전역의 한인 커뮤니티에게 역사적인 분기점이 되는 날이자 우리가 새로 태어난 날이다. LA 한인사회는 4.29로 미 주류 사회는 물론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한인 동포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체성은 4.29에서부터 비로소 태동됐다.
-4.29 폭동 30주년이다. 30년 전과 지금 한인사회의 위상은 달라졌나.
▲미국 내에서 한국인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하는 건 과장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이 과거 LA에서 ‘피해자’와 ‘희생자’ 집단의 일부였던 사실과 반해 오늘날 한인은 멋지고 쿨한 아시아 집단을 대변하게 됐다. 예를 들어 한류(드라마, 음악)의 인기로 인해 LA 한인타운은 한인들만 찾는 곳이 아닌 수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오는 곳이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 고유의 아름다운 전통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인의 위상이 일부 손상되지 않았나 우려도 들긴 한다. 한국 음식과 한국 음악, 한국 컨텐츠들이 알려지는 건 시작에 불과하다. 한류가 1단계라면 2단계, 3단계, 4단계, 5단계까지 한 단계씩 점진적으로 한인사회의 위상을 올려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한인과 흑인, 한인과 히스패닉계 주민들간 사이는 나아졌다고 느끼나.
▲개인적으로 인종 관계에 대해 일반화를 만드는 건 실수라고 생각한다. 인종을 떠나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가 있을 뿐 일반화할 수 있는 인종간의 관계는 없다. 일부 한국인과 흑인은 직장, 또는 여러 관계 속에서 서로 갈등을 가질 수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사이가 좋은 한국인과 흑인의 사례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들은 서로 우정을 꽃 피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서로의 이야기, 문제, 보완할 부분 등을 파악하고 도움을 주고 받는 게 중요하다. 한인과 히스패닉계 주민들간의 사이 또한 마찬가지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히스패닉계 노동자들이 고용된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한국 노래를 부르고, 한국 단어를 사용하곤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건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의 관계이지 인종간의 관계로 정의될 수는 없다. 그저 우리 모두는 인종을 떠나 인간 대 인간 사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동정심, 배려, 사려 깊음, 확고함, 사랑스러움, 관대함, 인간다운 모습 등이 우리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된다.
-폭동 당시 한인들을 위해 앞장설 수 있었던 이유와 소감은.
▲주류사회에 우리 한인사회의 권익을 옹호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당시 재판 변호사로 일하는 젊은 변호사였다. 남가주한인변호사협회 신임 회장, ACLU 이사 등의 역할을 행하며 누구보다도 1992년대 LA시의 법원 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나서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믿었다. 가족들은 1950년대 LA로 이민 왔고, LA는 나에게 고향이다. LA의 주민으로서 4.29 폭동이 한인과 흑인 간의 갈등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외신을 통해 제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테드 카플이 진행하는 시사 프로그램 ‘나이트라인’에 출연해 한인사회의 억울함을 미 주류사회에 대변하고 폭동 피해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고자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이로 인해 많은 비난과 질타도 받았지만 후회는 없다.
-4.29 30주년을 기념하며 한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어느덧 4.29 폭동이 30년 전의 일이 됐다. 지금은 한인사회가 모든 것을 새롭게 재정비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기라고 믿는다. 타인종 커뮤니티 행사에도 관심을 갖고, 투표에도 참여해 한인의 정치력 신장에 일조하고, 한국 문화를 알리는 교류 등을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석인희 기자]
수습 앞장섰던 전 LA재건위 애니 조 프로젝트 매니저
오는 6월7일 치러지는 예비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애니 조(민주) 40지구 주 하원의원 후보는 “자녀들에게 폭동교육으로 역사에서 교훈을 얻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인사회의 역사적 분기점, 투표로 정치력 신장에 일조-폭동 당시 LA재건위원회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면서 느꼈던 점은
▲폭동이 발생하자 당시 브래들리 시장이 LA재건위원회를 만들어 피터 위베로스 전 LA커미셔너를 위원장으로 임명했고 위베로스와 올림픽때 같이 일한 것이 계기가 되어 프로젝트 매니저로 영입되었다. 폭동 발생후 급조된 조직이라 손발을 맞춰서 일하기가 쉽지 않았으며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기도 힘들었다. LA재건위원회에서 유일한 한인으로 코리안 아메리칸의 권익을 옹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아 상당히 좌절감을 겪었던 기억이 난다.
-폭동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한인사회와 LA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가.
▲한인들은 폭동이 일어난 후 흑인커뮤니티를 비롯한 타 커뮤니티에 관심을 많이 가지면서 배우려고 했다. 특히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왔다. 식품상협회 등을 중심으로 흑인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리치아웃 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흑인 커뮤니티의 지도급 인사들이 상당수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흑 양 커뮤니티는 마틴 루터 킹 퍼레이드도 같이 주최하면서 화합을 위해 힘쓰고 있다. LA시는 폭동 30년이 지난 이 순간에도 분명히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결국 주류사회와 한인사회는 공존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녀들에게 폭동에 대한 역사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하는가.
▲한글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물론 저녁 식사자리에서 이야기 할 수도 있다. 모든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주어야 한다. 소셜네트웍을 통해 교육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며 다큐멘타리와 관련 서적을 포함한 역사적 유물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2세나 타 커뮤니티 인사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 영원히 보관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또한 서로 피부색이 다른 인종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하는 지에 대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 우리가 과거를 모르면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태가 닥쳤을 때 적절한 대응을 못한다. 즉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앞으로 타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가.
▲우리가 먼저 타 커뮤니티와 사귀고 교류해야한다. 또한 타인종과 동참하는 행사도 늘려야한다. 할리웃보울 한국일보 음악대축제도 좋은 예이다. 지속적으로 비 한인의 참여가 계속 늘어났다. 이제는 미국의 젊은 층도 한류에 대해서 잘 안다. 여러 커뮤니티가 서로의 문화를 즐기고 이해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인종화합 행사가 되는 것이다. 특히 참여정신이 중요하다. 학부모로서 자녀들의 학교모임에 영어가 불편하다고 참석하지 않으면 교류를 할 수 없게 된다.
-향후 30년 후 한인사회는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까.
▲미주한인사회는 현재 연방하원의원 4명이 활약하고 있다. 이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정치력 신장을 위해서는 한인사회의 인재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주류 언론에도 많이 진출해 미국의 여론을 우리가 형성할 수 있는 위치까지 가야한다. 즉 더 큰 꿈을 갖고 넓게 보라는 것이다. 코리안 아메리칸 김용 다트머스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로까지 발돋음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자녀교육을 위해 미국에 왔다고 하는 데 아메리칸 드림의 성취를 위해 더 부지런히 뛰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의 자손들이 미국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폭동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투표가 정치력 신장에 왜 중요한가?
▲정치적인 대표성은 우리의 미래는 물론 차세대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유권자 등록을 하는 것은 물론 매번 선거때마다 반드시 투표를 해야한다. 정치력을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유권자 등록현황과 실제 투표자 숫자이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는 공중에 발표되기 때문에 정치인들도 참고로 한다. 현재 미주한인사회는 4명의 한인연방하원의원을 배출하는 쾌거를 올렸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유권자 등록자와 실제로 투표하는 코리안 아메리칸의 숫자를 늘리는 일이다. 정치인들에게 우리의 권익을 요구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한인들의 목소리가 모든 레벨의 정부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우리는 투표로 정치력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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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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