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29의 비극 미래의 비전으로 승화시켜야 -
“나의 꿈은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 살 때부터 어머니가 일하러 나갔기 때문에 제가 크면 집에서 아이들에게 쿠키도 구워주고 밥도 지어주는 가정주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나를 밖으로 불러낸 건 4.29 폭동이었습니다.”
지난 20일 본보가 주최한 ‘4.29 폭동 30주년 기념 - 한인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비전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한 미셸 박 스틸 연방하원의원이 LA 폭동 당시를 떠올리며 토해낸 절절한 심정이다.
미주 한인 이민사에서 가장 비극적 사건이자 최악의 시련으로 기록된 LA 폭동이 발발한지 오늘로 딱 30년이 됐다. 1992년 4월29일. 바로 30년 전 그 날은 한인 이민자들의 피땀 어린 ‘아메리칸 드림’의 현장이 폭도들의 약탈과 방화로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린 날이었다.
LA 폭동은 장기간의 불황 속에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되고 공권력 남용에 노출된 LA 흑인 계층의 억눌린 불만이 터져 나온 미국사회의 모순과 치부가 드러난 사건이었다.
로드니 킹 구타 관련 백인 경관들의 무죄 평결이 도화선이 돼 폭발한 흑인들의 분노의 불똥이 ‘한·흑 갈등’으로 왜곡돼 튀면서 LA 한인사회는 폭동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30년 전 4.29라는 엄청난 폭풍 속에서 한인사회가 ‘편견’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그 이후로 30년 간 ‘4.29’는 미주 한인 이민사에서 최대의 시련이자 변혁의 계기를 마련한 ‘대전환’의 키워드가 됐다. 4.29는 한인들에게 이민사회의 현주소를 성찰하고 미국이라는 다인종, 다민족 사회 속에서 ‘공존’의 지혜가 필요함을 일깨워준 대사건이었다.
바로 우리가 4.29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4.29를 통해 우리가 절실히 체험하고 한인사회의 미래를 위해 깨달은 교훈은 첫째 무엇보다도 한인사회의 정치력 부족과 정치력 신장의 필요성이었다.
이민자들이 긴 세월 속에 피땀 흘려 이룩해 낸 생활 터전이 폭도들의 약탈과 방화를 당하는 현장에도 경찰은 없었다. 한인들은 그런 처참한 모습을 목도하면서도 신고를 할 곳도 피해를 호소할 곳도 없었다.
정치력이 없는 민족은 힘이 없는 민족이다. 4.29를 통해 각성한 한인사회는 30년이 지난 지금 4명의 연방하원의원과 LA 시의원, 주 상하원의원 등을 배출했지만,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주류정치인을 길러내야 한다.
한인사회가 한마음으로 뭉쳐서 한인 1.5세와 2세, 3세 정치인들을 적극 양성하고 후원해 이들이 주류사회에 굳건한 뿌리를 내리고 한인들의 권익 신장에 앞장서는 진정한 정치력 신장을 이뤄내야 한다.
둘째는 공존과 나눔이다. 미셸 박 스틸 연방하원의원은 본보 4.29 세미나에서 “폭동 전까지 우리는 오직 코리안으로서만 살아왔다.
그러나 4.29 폭동은 우리가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교훈을 던져 주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우리는 이민사회의 현주소를 성찰하고 미국이라는 다인종, 다민족 사회 속에서 ‘공존’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최근 LA 한인회를 통해 러시아의 침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돕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억만리 이국땅을 향한 한인들의 온정의 손길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공존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들이 어울려 사는 미국사회에서도 우리끼리만이 아닌 다른 커뮤니티와의 조화와 공존 발전을 늘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도 무실역행(務實力行)과 충의용감(忠毅勇敢)을 통해 힘과 실력을 기르고 애기애타(愛己愛他)에 힘써라 했다.
셋째는 차세대를 위한 한인들의 확고한 정체성 확립이다. 미국에서 우리 후세대들이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때 주류사회에서 당당히 어깨를 펴고 나아갈 수 있다. 미래의 한인 차세대들이 4.29와 같은 비극을 겪지 않도록 한인 역사를 잘 보존하고 교육하며 한민족의 우수한 문화 향유와 정체성 제고의 구심점이 되는 ‘한미박물관’과 같은 정신 고양의 중심지를 세우는 것도 한인 1세대들의 책임이자 의무다.
역사는 미래의 나침반이라고 했다. 미주 한인 이민 120년사에서 가장 암울하고 참혹했던 1992년 4.29 폭동. 우리는 그 날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그 기억에만 매몰돼 머무를 수는 없다.
그 경험과 교훈을 또 다른 이민 100년을 위한 거울로 삼아 미래를 향해 힘차게 전진해야 한다. 이제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 또 다른 이민사 100년의 미래 비전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바로 오늘 4.29 폭동 30주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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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ㅋㅋㅋ ㅎㅎㅎ 그렇기도 하네
가끔씩 폭동 아런것두 있어야제...살다보면 아런것 저런것 겪고 살아야되는겨... 편안하게 살수만있나?
핑계가 없어 폭동을 못 일으키는 Organization BLM 의 Christmas 다음으로 shopping day 일뿐입니다 변하지않는 인간 ㅎ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