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간 50개국이 낙태 접근권 향상 조처…20여개국은 거의 금지
▶ 美 26개주 입법했거나 준비…”중동보다 더 엄격한 규제 생길 수도”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보장 판결을 파기하기로 했다는 보도와 맞물려 낙태권 규정을 둘러싼 전 세계적인 추세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1973년 여성의 낙태권을 획기적으로 보장하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이 나왔을 때만 해도 이 문제에 있어 글로벌 선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2일 언론에 보도된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초안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 판례를 폐기하고 시계를 1973년 이전으로 돌릴 경우 낙태 보장권 확대라는 전 세계적인 물결에 거슬러 움직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약 50개국에서 낙태를 위한 법적 접근권을 향상하는 조처를 했는데, 여기에는 낙태를 금지하는 가톨릭 인구가 다수인 국가까지 포함돼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가 낙태를 합법화했고, 멕시코는 낙태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일랜드는 2018년 대부분 낙태를 금지했던 법을 폐지했고, 태국은 2020년 임신 후 3개월 이내 낙태를 허용했다.
캐나다, 뉴질랜드와 함께 대부분 유럽 국가들도 임신 후 일정 시점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9년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정부가 최장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국회의 보완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현재로선 낙태에 관한 규정도, 처벌도 공백 상태라는 뜻이다.
미 생식권리센터에 따르면 이집트, 이라크, 필리핀 등 20여 개 국가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낙태를 금지하고 여성과 시술자에게 징역형, 벌금형을 물리도록 한다. 이란은 사형까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처럼 이미 확립된 낙태권 보장을 되돌리는 나라는 폴란드, 니카라과 등 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녀 정책으로 저출산 위기가 고조된 중국의 경우 지난해 비의료적 사유의 낙태 제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미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최종적으로 파기한다고 해서 낙태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의 판결은 낙태권이 연방헌법에 보장된 헌법적 권리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어서 낙태 규제 여부는 주 정부나 의회의 결정 사항으로 돌아가게 된다.
낙태권 옹호 단체인 미 구트마허연구소는 대법원의 기존 판례가 무효화할 경우 미국 50개 주 중에 26개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할 것이라고 집계했다. 대부분 낙태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우위에 있는 곳들이다.
26개 주 중 22개 주는 ▲ '로 대 웨이드' 판결 이전에 낙태를 금지한 법이 있었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라 시행하지 못했거나 ▲ 판례 파기 시 곧바로 낙태 규제를 시행할 수 있는 '트리거 조항'을 담은 법을 마련했거나 ▲ 임신 6주 이후 낙태 금지 등 규제를 갖고 있다.
또 플로리다, 인디애나, 몬태나, 네브래스카 등 4개 주는 판례 파기 시 낙태를 금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로 분류됐다.
이들 주의 낙태 금지나 규제 강화가 현실화한다면 낙태를 희망하는 여성들이 낙태가 허용된 주를 찾아 시술을 받는 일이 빈발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일부 주는 터키와 튀니지와 같은 중동의 일부 국가보다 더 엄격한 규정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13∼44세 미국 여성 중 4천만 명 이상이 제한적 낙태권을 가진 주에 거주하고, 이로 인해 노동 참여 및 수입의 감소 등으로 연간 1천50억 달러(133조 원)의 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여성정책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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