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공부 3년, 시험공부 1년 VA 하예홍씨 “포기 안해”

지난 14일 시민권선서를 한 후 시민권 증서를 받은 하예홍씨(오른쪽)와 예진회의 박춘선 대표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버지니아 폴스처치에 거주 중인 구순을 바라보는 하예홍(86) 할머니가 영어장벽과 학습의 어려움을 딛고 열심히 공부한 끝에 지난 14일 드디어 미국시민권을 손에 쥐었다.
지난 2016년 팔순의 나이에 영주권을 받은 하 할머니는 영주권을 받으면 정부의 의료혜택이라도 받을 줄 알았지만, 가능한 혜택은 푸드 스탬프 뿐이었다.
그는 영주권을 받아도 5년이 지나야 정부의 혜택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시민권을 취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영어의 기초가 없었지만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시민권 공부를 위해 무던히 애썼으나 쉽지 않아 포기할까도 여러 번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약 3년 전, 예진회(대표 박춘선)의 ‘시민권 세미나’에 참석해 박 대표를 만나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박춘선 대표는 “처음에 할머니가 구사하는 영어를 듣고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시민권을 꼭 따야 한다면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참석했다. 영어공부에 대한 열정과 시민권에 대한 의지는 젊은이 못지않았다”면서 “영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발음까지 교정하며 가르치려니 힘은 많이 들었지만, 할머니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 할머니는 영주권을 받은 지 5년이 되던 지난해 8월, 드디어 시민권을 신청했다. 하씨는 “읽고 쓰고 답하고 듣고 단 1시간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틈만 나면 예진회가 올린 유튜브를 보면서 듣고 외우고 복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2월, 첫 시민권 인터뷰 시험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할머니는 발을 동동 구르며 두 번째는 꼭 붙어야 한다며 다시 공부했다.
박 대표는 “할머니에게 더 가르칠 것이 없었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영어를 완벽히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과 질문에 대한 뜻을 모를 경우 시험관이 그냥 인터뷰를 끝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고 회고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통해서였을까. 할머니는 이달 5일 재도전한 인터뷰에 합격한 후 14일에 ‘시민권 선서’를 하고 드디어 시민권을 받았다. 시민권 증서를 받던 날,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것’이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하씨는 “예진회 대표님이 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메디케이드와 노인 아파트도 신청해 줘서 이제 아파트만 나오면 고생 끝나요”라며 “이제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어요? 그래도 이 나이에 이렇게 시민권을 받고 보니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도전했다가도 안되면 쉽게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80대 중반 고령의 어르신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는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었다”며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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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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