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도록 미주한인사회와 동고동락해온 한국일보가 오늘로 창간 53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다섯 번 변하는 긴 세월 동안 한국일보는 한인사회 역사의 증인으로서 위기와 고난, 발전과 성장의 역사를 지켜보고 기록해왔다.
1969년 6월9일 창간 당시 한인사회는 갓 태어난 아기처럼 약하고 미미한 공동체였다. 그러나 한인 특유의 근면과 성실, 도전과 개척으로 5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성장했다.
지금 미드 윌셔는 한인 상권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LA 시의원을 비롯해 연방하원의원과 주 상하원의원, 카운티 수퍼바이저, 수많은 선출직 검사와 판사를 배출했으며 워싱턴 정가와 주류사회 곳곳에 한인 2세와 3세 인재들이 포진해있다. 그런가하면 영화, 음악, 미술, 스포츠, 푸드, 각계에서도 한인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본보 창간 당시 1만명에 지나지 않던 한인 인구는 이제 미 전역에 200만명을 헤아린다. 모범적인 소수민족 커뮤니티로 곳곳에 뿌리를 내렸고, 모국의 경제적 위상이 올라가고 문화적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면서 한인들의 자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그 격변의 세월 동안 한국일보는 정보 제공자로서뿐 아니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으로서 소임을 다해왔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지난 20년 동안 미디어 환경이 급속히 변화해왔지만 한국일보는 진실과 사실을 전하는 언론으로서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고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종이신문과 전자신문으로 매체를 확장하며 독자들과 소통해왔다.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는 혼탁한 세상에서 공정한 시각으로 확인된 사실만을 정확하게 보도해왔으며, 디지털매체들과 속보경쟁을 펼치기보다는 사안들을 다각도로 짚어보고 분석하는 깊이 있는 신문의 역할에 충실해왔다. 지금은 더 이상 정보의 전달 속도가 아니라 정보의 깊이가 정론의 중요한 잣대로 평가되는 시대이다.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무수한 정보들을 가리고 추려내어 왜곡된 허위 정보들의 확산을 막는 일, 날카로운 비판정신과 통찰력 있는 분석을 통해 한인 커뮤니티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일이 작금의 신문에 주어진 중요하고 절대적인 역할이다. 한국일보는 그 역할에 언제나 정직하고 충실해왔음에 크나큰 자긍심을 갖고 있다.
2022년 미국과 세계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혼돈과 위기에 휩싸여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 세계는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세계와 미국 경제는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안개 속을 걷고 있고, 스태그플레이션의 경고음을 울리는 가운데 경기침체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이 진단이 잇달고 있다.
또한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은 식량과 에너지 가격의 상승, 공급망 교란, 핵 위협을 불러왔고, 세계 곳곳에서 난민들이 빵과 자유를 찾아 국경을 넘고 있으며, 심각한 기후변화와 계층 간 불평등으로 지구촌은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공화와 민주, 보수와 진보의 양극화된 프레임이 극단적인 분열을 심화시키는 동안 총기난사가 일상이 돼버렸고, 아시안에 대한 인종혐오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대도시마다 주택 문제와 노숙자 문제가 심각한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위기의 시대에 한국일보는 정론지로서의 막중한 역할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미 전국 한인사회의 힘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한인사회의 버팀목으로서 한인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언론으로 더욱 굳건히 자리를 지킬 것을 다짐한다. 한인들의 권익과 위상을 위한 역할을 잊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
급속한 변화의 시대일수록 더욱 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창간 53주년을 맞아 미주한국일보는 창간하던 그날의 겸허한 자세로 언론의 사명을 가슴에 새긴다. 정의와 양심에 기초해 확인된 사실과 진실만을 보도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한인사회 동반자로서 매일 귀를 열고 독자들과 소통하며 맡겨진 사명과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
고된 이민자의 삶을 한국일보와 함께 해온 미 전역의 독자들과 광고주들에게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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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만을 전달하는 한국일보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