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6일 워싱턴DC의 연방 의사당 폭동 선동 혐의로 탄핵 심판대에 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찬성하며 반란표를 던진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줄줄이 출마를 포기하거나 경선에서 패배하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작년 1월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 처리할 때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은 모두 10명이었다. 197명의 공화당 하원 의원 중 10명이 트럼프에게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물론 탄핵안은 여야 동수인 상원에서 부결됐지만, 재임 중 두 차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불명예를 떠안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찬성 의원들을 향해 복수를 누차 경고했다.

그의 구체적 행동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현재 진행 중인 공화당의 당내 경선에서 다른 후보들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실행됐다.

지난 14일 탄핵 찬성 의원 지역구 중 처음으로 경선이 치러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찬성표를 던진 5선의 톰 라이스 하원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러셀 프라이 전 주 하원의원에게 패배한 것이다. 그것도 득표율 51% 대 25%의 더블스코어 차 참패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결선투표도 없이 축출당했다. 위대한 밤"이라고 라이스 의원을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반란표를 던진 10명 중 애덤 킨징어(뉴욕), 존 캣코(뉴욕), 프레드 업턴(미시간), 앤서니 곤살레스(오하이오) 등 하원 의원 4명은 아예 경선에 뛰어들지도 않았다.

CNN방송은 이들 4명의 경우 탄핵 찬성표를 던진 데 대해 지역구 유권자로부터 부정적 반응을 받았다며 불출마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강요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아 있는 5명의 의원이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이들 5명은 댄 뉴하우스(워싱턴주), 제이미 헤레라 버틀러(워싱턴주), 피터 마이어(미시간), 데이비드 발라데이오(캘리포니아), 리즈 체니(와이오밍) 하원 의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 중 발라데이오를 제외한 4명 의원의 지역구에서 경쟁 후보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가장 관심을 끄는 이는 체니 의원이다. 체니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부정' 주장을 강력히 비난해 당내 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직에서도 쫓겨났을 정도로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소신파다.

하원에서 민주당 주도로 꾸려진 폭동 진상조사특위에 참여한 2명의 공화당 의원 중 한 명이자 이 특위의 부위원장까지 맡고 있다.

CNN은 경선에서 패배한 라이스 의원이 트럼프 어젠다의 94%에 찬성표를 던졌음에도 유권자는 탄핵 찬성 때문에 지지하지 않았다면서 남은 탄핵 찬성 의원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받은, 현직이 아닌 후보 중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의 비중이 현재까지 73%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반면 트럼프 지지가 승리의 보증수표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일례로 낸시 메이스 하원 지난 의원은 1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후보를 약 8%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이겼다.

메이스 의원은 탄핵 찬성표를 던지진 않았지만 의사당 폭동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력히 비난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뒤집기' 노력에 협력하지 않은 조지아주의 현직 주지사와 국무장관을 떨어뜨리기 위해 다른 후보를 지지했지만, 지난달 경선에선 현직 2명이 나란히 경선에서 승리하는 바람에 체면을 구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