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렇게 큰 거북선 모형이 제작돼 미 주류사회에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든 시기에 거북선을 통해 충무공의 불굴의 정신이 널리 알려져 모두에게 힘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달 23일부터 한 달째 거북선 제작에 주 6일, 하루에 8시간 내지 12시간씩 작업하고 있는 채효성 작가(85, 페어팩스, VA)는 4년 전 백혈병 초기 진단을 받은 암 환자다.
“거북선 제작에 집중하다 보면 아프고 힘든 것을 전혀 못느껴요. 거북선을 만들 때만큼은 이순신 장군의 애국심이 전해져요. 현재의 상황이 아무리 힘들다 해도 모함과 시기, 질투로 인해 그 분이 백의종군하며 걸었던 고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요.”
워싱턴 DC에서 펼쳐질 내셔널 독립기념일 퍼레이드(National Independence Day Parade)에서 거북선 호위 군졸 40여명을 포함해 220여 한인 참가자들을 선도할 거북선 제작에 여념이 없는 채 작가를 21일 버지니아 비엔나에 있는 제작현장에서 만났다.
이른 아침부터 작업현장에 나와 도목수인 조영길 목사와 마무리 작업을 하던 그는 “현재 제작 공정의 95%가 끝났다. 이번 주 안으로 거북선 옆 파도와 지붕의 스파이크 꽂기, 가장 앞부분에 들어갈 용머리, 뒤쪽 꼬리, 돛대만 하면 완성된다”며 흐르는 땀을 훔쳤다.

그가 제작 중인 모형은 엄격한 자료 고증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7피트 폭, 8피트 높이, 27피트 길이로 실제 거북선의 1/4 사이즈다.
어제는 배의 18개 포문에 쇠로 된 포를 부착했다. 포는 페어팩스에 거주 중인 김기남(AK 오토 대표)씨가 기증해 주었다.
채 작가는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이 있어 거북선 모형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 같다. 이순신 미주교육본부의 이내원 자문과 김대영 이사장, 조영길 목사, 세목수인 안광선 교수 등 많은 분들이 도와줬다. 또 어떤 분은 모형 제작 현장에 들러 땡볕에 수고한다며 수박 한 통을 놓고 가거나 초콜릿을 주고 가기도 해 감동스러웠다”고 말했다.

치과기공소를 운영하다 은퇴한 그는 “430년 전 임진왜란에서 충무공이 이끌던 거북선은 너무도 귀한 세계적 전투선이다. 거북선은 ‘16세기의 드레드노트(dreadnought, 20세기 영국에서 건조한 세계 최고의 전함)’로 평가되고 있다. 미 해군연구소 설문조사에서도 거북선이 인류 역사상 7대 명품 군함 2위로 선정됐다. 이번 퍼레이드를 통해 미 전역에 충무공의 정신과 거북선의 귀한 평가, 우리 민족의 긍지가 고양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약 5년 전 이순신미주교육본부의 이내원 전 이사장을 만나면서 충무공에 매료돼 거북선 제작을 시작했다. 이후 사재를 털어 크고 작은 거북선 모형을 제작해 워싱턴은 물론 미 전역의 여러 한국학교와 교육원 등에 기증하며 한인 2세들의 정체성 교육과 인성 교육에 힘을 보탰다.
후세들의 한글교육을 위해 2013년에는 노래로 배우는 한글 ‘일석이조’를 펴내기도 했다.
그는 “이번 퍼레이드 행사가 끝나면 ‘거북선 만보 운동’(거북선 만들어 보내기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