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새 영화 ‘열세명의 목숨’(Thirteen Lives) ★★★½ (5개 만점)
▶ 교본에 따라 정석적으로 다뤄…무덤덤할 정도로 무난한 작품
릭과 제임스(앞 줄 왼쪽부터)가 동료들과 함께 동굴에서 아이들 구출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6월 우기에 태국 북부 퐁 파 마을 인근의 탐 루앙 낭 논 지하 동굴에 들어간 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침수된 동굴에 갇혔다가 18일 만에 극적으로 구출된 12명의 소년 축구팀과 젊은 코치의 실화를 다룬 기록영화 분위기를 지닌 드라마다. 연출 솜씨가 탄탄한 론 하워드 감독의 작품인데 영화를 너무 교본에 따라 정석적으로 다뤄 즐길 만은 하나 무덤덤할 정도로 무난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세계적인 뉴스가 된 극적인 드라마인데도 마치 수비 위주의 축구경기를 하듯이 지나치게 안전하게 처리해 이 사실 드라마가 갖추고 있는 내적 요소인 긴장감과 스릴과 역동성 그리고 긴박감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 그래서 2시간이 조금 넘는 영화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다. 모양새는 보기 좋지만 내실이 약한 본보기와도 같은 영화라고 하겠다.
영화는 마을 아이들이 축구경기를 한 뒤 코치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동굴로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이 동굴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동굴 안으로 깊이 들어 간지 얼마 안 돼 때 이른 폭우가 쏟아지면서 동굴이 침수된다. 아이들의 부모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동굴로 찾아갔으나 속수무책. 이어 이 소식이 주정부와 태국정부는 물론이요 세계적인 뉴스가 되면서 국제적인 지하 동굴 구출 다이버들이 마을에 도착한다. 이들이 마을에 오기 전 주민들의 상황이 평면적으로 묘사된다. 갇힌 아이들의 부모 중 그나마 유일하게 부각된 사람이 차이라는 이름의 소년의 어머니. 그러나 이 여인의 초조와 불안에 떠는 모습 묘사도 상투적이다.
구출 팀의 리더는 두 영국인 릭 스탠턴(비고 모텐슨)과 제임스 볼란덴(콜린 패럴). 여기에 의사 리처드 해리스(조엘 에저턴)와 또 다른 2명이 합류한다. 릭은 성격이 까다로운 회의론자요 제임스는 낙천적인 사람으로 제임스는 릭과 역시 구출작전에 참가한 태국 해군 특공대원들 간의 마찰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얘기는 어디까지나 외국인들로 구성된 구출 팀의 것이어서 태국 해군 구출 팀의 역할은 개평 식으로 그려졌다. 그런데 릭 등 주인공들의 인물 개발도 활발치가 못하다.
때로 잠수한 사람이 혼자도 통과하기가 힘든 바위 틈새의 좁은 수중통로를 거쳐 릭 등이 아이들을 처음 만난 것이 아이들이 굴에 갇힌 지 10일 째. 동굴 입구에서 아이들이 있는 곳까지 도착하는데 무려 6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야기는 구출 팀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활기를 띠는데 이 구출 작전과 동굴 밖의 마을 사람들의 물 퍼내기 등 여러 가지 활동이 교차로 그려진다.
아이들을 장시간 수중의 좁은 통로를 통해 구출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이들을 마취시킨 뒤 잠수복을 입히고 손과 발을 묶어 하나씩 동굴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것. 그래서 릭과 제임스가 리처드를 불러온 것이다.
영화의 또 다른 부족한 점은 아이들의 절박한 상황 묘사가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것. 여기에다 구출 팀과 아이들의 첫 상봉 장면도 무덤덤하니 그려져 감정이입이 안 되고 격한 감동을 느낄 수가 없다. 수중 장면을 찍은 촬영과 음향 효과 및 동굴을 재생한 디자인 등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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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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