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란 무엇일까? 한국인이 예전부터 써온 ‘정'이라는 단어는 사랑과 비슷하지만 사랑보다 더 포괄적이고 끈끈한 감을 느끼게 한다. 국어 학자들은 “정을 사람을 포함한 사물에 대한 마음의 쓰임이나 발현"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사람이나 사물을 막론하고 공존은 필수이며 공존하려면 마음이 쓰이나 보다.
그 마음 쓰임이 고운 정 미운 정으로 발현된다. 정은 의미가 사랑과 비슷하면서도 사랑보다 광범위해서 모호하다는 생각도 든다.
고운 정이란 말은 쉽게 이해된다. 사람들은 상호간에 즐겁고 사랑하는 고운 정만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실현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현실은 여러 가지 작용으로 시시각각 변하므로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미운 정이란 말은 사람들 상호간의 부정적인 면을 표현한다. 나의 욕구와 상대방의 욕구가 부딪힐 때 부정적 감정이나 갈등이나 미움이 생긴다.
정과 뇌의 작용을 생각해 보니, 과거를 통하여 생긴 정이란, 같이 보낸 시간에 일어난 생각과 감정을 뇌가 기억한다. 너무 건조한 개념이라고 혹자는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추억과 기억, 그리움, 사랑의 마음, 미움의 마음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뇌 세포 속에 저장되어 있다가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온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과거의 생각으로 돌아간다. 우리 뇌나 생각은 정확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현실이나 사실을 왜곡하기도 하고 일부분만 기억하기도 하며 잘못된 정보를 흡수할 때도 있다. 같이 지낸 시간이 길거나, 사랑이나 미움이 강했을수록 자주 또 자세히 기억이 난다.
좋은 생각이 떠올라 즐거운 마음이 들면 다행이다. 우울할 때는 일부러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어려움이 있을 때 현재에서 과거로 도피하라는 말은 아니고, 단지 즐거운 마음을 회복하기 위한 긍정적 방법으로 나쁘지 않다. 불쾌하거나 상처받은 생각이 떠오르면, 현재가 아님을 직시하고 얼른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낫다.
과거를 통하여 배우거나 깨우치기 위하여 분석할 때를 제외하고는… 좋지 않은 과거의 기억에 빠져 있을 때는 분명히 현재가 아닌 지나간 사실을 현재로 착각하고 있는 뇌 작용의 영향 안에 있는데, 그 이유는 우리의 뇌는 한 순간에는 한 생각밖에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좋거나 나빴던 과거의 사건과 감정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공연히 자주 떠오를 때는, 주로 바쁘지 않고 시간이 많을 때이다.
좀 더 생산적인 다른 일을 찾을 수도 있고, 공부나 취미 즉 독서라든가 그림 그리기 또는 운동 또는 명상이나 기도 등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
사랑보다 더 넉넉하고 푸근해 보이는 정이란 말이나 고운 정 미운 정이라는 말은 과거나 현재나 미래에 공존하는 모든 사람과 시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가치를 부여하는 뜻과 힘이 있다. 마음 깊이 모든 사람과 사건을 감싸 안는 공동체의식이 있다.
고운 정 미운 정을 붙여서 쓰는 것을 볼 때 ‘한국인은 단편적이지 않고, 양분하여 나누어 대립시키지도 않고, 포용적 개념이 있다'고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면 지나친 민족적 자기 도취일까? ‘한국인은 정이 많다'고 스스로 말한다. 인간사의 근본과 본성과 작용을 꿰뚫는 한국인의 독특한 지혜와 이를 표현하는 언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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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옥 /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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