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한국에 방문해 몇 년 전부터 ‘힙’하기로 유명한 성수동에 드디어 다녀왔다. 수제화, 자동차정비 등 대표적인 중공업 지역으로 젊은 세대와는 거리가 한참 멀어보이던 오래된 이 지역이 몇 년째 MZ세대에게 가장 핫한 플레이스로 사랑받고 있다고 들었다. 인스타그램에서 가끔씩 성수의 어느 카페라든가, 편집 숍에 대한 포스트가 뜰 때면 그 특유의 감성 때문에 어김없이 눈여겨보게 되곤 했다.
성수를 탐험한 후의 느낌에 대해 바로 말하자면, 테마파크에 온 것 같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공간. 나의 모든 시선을, 주의를 ‘지금’ ‘여기’에 묶어두는 곳. 새로운 자극들로 가득한 곳. 이 골목을 돌면 무엇이 나올까 기대하게 만드는 곳.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 숨겨져있던 재미난 것을 발견하게 만드는 즐거운 곳. 그것이 내가 느낀 성수다.
우선 성수는 나의 시각을 즐겁게 하는 곳이었다. 가게마다 고유의 브랜딩을 잘 녹여낸 감각적 인테리어는 말할 것도 없다. 그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예전 벽돌 건물을 요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함으로써 성수의 골목길을 걷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전시회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 것이다. 예를 들어, 팝아트적인 일러스트를 그린 벽화라든가, 극적으로 외관을 리모델링하기보다는 오래된 건물의 개성이 잘 살아나게끔 조명 및 간판을 배치함으로써 시간의 흔적이 오히려 멋스럽게 다가오게끔 한 점들이 그랬다.
MZ세대에게 가장 힙한 장소답게 이곳은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여러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들어와있다. 그중에서 내가 방문했던 곳은 인스턴트커피 브랜드 카누였다. 카누는 4층짜리 건물 전체를 팝업 스토어로 활용하고 있었고, 한 번에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도 제한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그 덕에 상업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현대 미술관의 전시회를 구경하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술관에 도슨트가 있는 것처럼, 각 층마다 다른 테마를 어떻게 경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스태프들이 층마다 팝업 스토어의 탐험을 이끌어주었다. 생각해 보면 이 스토어는 오감을 모두 자극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기억에 오래 남도록 만들었다. 커피 향, 직접 고른 커피 캡슐로 내린 커피 맛,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잘 선택된 배경음악, 재미난 포토 스팟들, 직접 만져야 더 잘 볼 수 있게 만든 광고 필름. 이 모든 요소는 다분히 의도된 것들일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경험에 목말랐던 우리의 니즈를 성수는 영리하게 채워주고 있었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신선함, 다양한 감각기관들을 일깨우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곳. 그것이 사람들을 이곳으로 끌어당기는 성수가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전한나 / UX 디자이너>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